중국 광둥성 주장(珠江)삼각지 중심부 순더(順德)에 자리잡은 전자레인지 전문업체 거란스(格蘭仕). 툭 터진 공장에 4백여명의 직원들이 생산라인에 앉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회사가 작년 생산한 전자레인지는 1천5백여만대.하루 평균 4만대가 쏟아진 셈이다. 세계시장의 34% 정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세계 부엌 전자레인지 3대 중 한 대에는 '格蘭仕'상표가 붙어있는 것이다. 거란스는 '세계 공장' 중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 공장'이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세계 공장으로 등장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19세기 중엽 영국은 세계 공업생산량의 20~35%를 차지하는 세계 제조업 중심이었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이 급성장했다. 미국은 20세기 초 세계 공업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경제 강국으로 등장,영국의 세계공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2차대전 후 일본의 시기가 왔다. 1980년대 초 일본은 세계 철강생산의 54%,자동차 30%,조선 54% 등의 시장점유율을 갖는 세계공장으로 두각을 보였다. 세계 가전제품 시장을 휩쓸었다. 미국을 초월할 기세였다. 일본경제가 지난 10여년 이상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동안 중국이 차세대 세계 공장으로 등장했다. 연간 약 5백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고,'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은 세계 시장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 세계 5백대 기업의 80%가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세계공장 중국에 한가지 고민이 있다. '머리'가 없다는 점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은 고유의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공장으로 성장했다. 반면 중국은 아직도 해외 기술에 저임노동력을 결합한 하청공장 성격이 강하다. 베이징 경제전문가들조차 중국이 진정한 세계공장으로 등장하려면 10~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공장에 선진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이웃 우리나라에 분명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 공장과 결합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라는 것이다. 순더=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