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기자 최성민씨(한겨레신문)는 자연주의자다. 자연에 길들여진 시골 출신이라서 20여년의 서울살이를 "하루 한 순간"도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자연을 찾아 나선다. 도시생활로 인해 빼앗긴 자연을 여행을 통해서라도 찾자는 것. 도시를 전원처럼 꾸미고 사는 선진국들과 달리 손바닥만한 녹지도 아파트숲으로 바꿔버리는 현실이기에 자연으로 가는 여행은 더더욱 필요하다. 자연의 섭리와 자연의 기(氣)로써,반생명적이고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심성을 유발한 "자연차단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여름,그간의 여행기를 모아 "최성민의 자연주의 여행"(김영사)이라는 시리즈의 1,2권 "살맛나는 세상 다녀오기"와 "섬,내가 섬이 되는 섬"(각권 1만1천9백원)을 선보였던 최씨가 올 여름에도 후속 시리즈 세 권을 내놓았다. "자연주의 여행"1~3권인 "풍물기행 나를 찾아 떠난다""생명긷는 샘물 여행""해외여행 이곳만은 가보자"(각권 1만6천9백원) 등이다. 시리즈의 세번째권인 "풍물기행~"은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리땅 구석구석을 돌아본 결과물이다. 토속적인 삶의 멋과 여유,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삶의 얼개들과 인상적인 풍습,각 지방의 토종들과 맛난 음식,죽음과 토속신앙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발길과 눈길이 닿았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삼척의 너와집,고암 이응로 화백을 향한 부인 박귀희 여사(2001년 작고)의 일편단심이 어려있는 수덕사 앞 수덕여관,마을에 남은 마지막 순수 마당극인 충남 서산의 "박첨지놀이",천년 세월의 풍상을 겪어온 지리산 천왕봉의 성모상... 섶다리와 강 고기잡이,바다에서의 숭어잡이,섬진강 연어와 금산 약초장 등 웬만해선 보기 힘든 토속적 풍경과 풍습도 책에서 되살렸다. 전국의 물맛 좋은 샘 50여곳을 소개한 "~샘물여행"에는 물맛과 사람 사는 맛을 함께 담았다. 햇살 정기로 처녀도 잉태시킨다는 굴천사 석천,봉황새가 마신 상서로운 샘물이라는 고성 건봉사의 예천,죽어가는 물고기도 살려낸다는 장흥 보림사 약수,오씨 처녀가 왕건에 물을 떠주며 버들잎을 훑어 띄웠다는 나주 완사천... 샘물에 얽힌 이야기도 가지가지다. 샘 주변의 여행지와 전통음식도 넉넉하다. "해외여행~"에서 최씨는 "지구촌"이라는 "별마을 공동체"로 시야를 넓힌다. 무려 14년간 전국을 누벼온 저자는 "너무 좁은 땅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버글대며 산다"며 지구촌으로 시야를 넓히자고 강조한다. 보신관광,퇴폐관광만 아니라면 해외여행에서는 돈 쓰는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란한 풍광의 스칸디나비아 나라들,환상의 바다에 둘러싸인 태평양과 인도양의 섬들,처녀림을 간직한 북아메리카의 자연 등 그의 눈에 비친 지구촌의 자연과 삶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