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고보조금 독과점구조 깨야 ] 1980년 국고보조금제도가 첫 도입되어 책정된 예산은 8억원이었다. 그 액수는 해마다 증가해 올해는 1백40배가 늘어난 1천1백39억원 정도가 지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국고보조가 정당민주화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국고보조의 95% 이상이 기존의 거대 정당에게 집중 배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정당의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정당 내에서는 제왕적 총재의 사금고가 됐다. 이로 인해 보스 중심의 사당적 구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다. ◆ 의석중심의 배분방식은 정당의 이합집산 재촉 =현행 국고보조금의 배분방식을 보면 먼저 전체 보조금의 절반을 원내교섭단체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이어 의석수가 5∼19석인 정당에 1백분의 5를, 1∼4석인 정당에는 1백분의 2를 나눠준다. 나머지는 정당의 의석수와 총선 득표율에 비례해서 50%씩 배분한다. 이러한 계산법은 국고보조의 배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원내교섭단체의 구성 여부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의원 임대'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아가 의석수 중심의 보조금 배분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정치인의 이합집산을 용이하게 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 신진 정치세력의 진입 막는 독과점적 국고보조 =위와 같은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에 따라 주요 3당이 국고보조금의 95% 이상을 독점하고 소규모 정당은 거의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성정당간의 전형적인 담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성정당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국고보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 진출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기존정당과 동일한 선상에서 공정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기성정당에 대해 특혜성 지원을 하는 것이 소수 정당의 난립을 막아 정국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정당사에서 정국의 불안정은 소수당의 난립보다는 집권당의 전횡이나 장기집권 기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많았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의 독과점적 배분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여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국고보조금이 당 총재의 사금고로 변질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정당들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5백16억원(한나라당 2백11억원, 민주당 1백84억원, 자민련 96억원, 민국당 24억원, 한국신당 1억원) 가운데 용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돈이 4분의 3에 이른다. 지출증빙서류가 정상적으로 갖춰진 비용의 경우도 당 원로의 휘호.달력.화첩 제작비 등 정당활동과는 무관한 사적인 용도로 쓰인 돈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당 사무원들의 봉급을 정책개발비로 분식한 사례도 발견됐다. ◆ 당내 민주화와 정당간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배분해야 =최근 들어 각 정당에서 추진중인 개혁의 큰 방향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의 지원 역시 그 원칙에 맞추어 선거자금은 후보에게, 정당활동보조는 정당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분리지원은 당권과 대권의 실질적인 분리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또 대권과 당권이 실질적으로 분리된 정당이 대선을 효과적으로 치르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당에 대한 지원도 단순히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할 것이 아니라 그 당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득표율과 소액당비 납부율, 소액후원금 모금액 등을 함께 고려해 배분해야 할 것이다.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국경제신문사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