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열풍'은 공대를 비껴가지 않았다. 많은 공대생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첫번째 타깃으로 꼽히게 된 연구원의 길을 마다하고 고시생 대열에 뛰어든 것. 서울대 공대의 경우 변리사 시험과 사법시험의 준비생이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공대 출신 고시생이 늘면서 합격생도 두자릿 수에 이르고 있다. 올 초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33기 연수생 9백76명 가운데 서울대 공대 출신자는 20명이었다. 이는 서울대 비(非) 법대 출신자(1백73명)의 11.56%에 이르는 것이다. 나머지 서울대 자연계 출신자 전체(17명)보다도 많다. 문제는 공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데 있다. 전체 사법시험 합격자가 1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늘고 있는 데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법대나 인문계 출신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한 사법연수원생은 "변호사로 나설 생각이지만 일반 민.형사 업무를 맡을 경우 고객들이 공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꺼린다"며 "전공을 살려 특허 침해소송 등으로 특화할 것"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