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H증권에 입사한 윤모 변호사.H증권의 국내 법무 담당으로 활약해온 그가 최근 사표를 냈다. "기업내 사내 변호사에 대한 개념정립과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사임 변. 윤 변호사는 개인법률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사법시험 정원이 늘면서 연수원 졸업후 기업문을 두드리는 변호사들이 늘어난데다 기업들도 각종 법률수요증가 추세에 대응해 변호사 채용을 늘여 왔지만 최근들어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 떠나는 사내 변호사 =C은행의 고모 변호사는 지난달말 예금보험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99년말 입사한 고 변호사는 상법 전문으로 은행 전문 사내 변호사로 확실한 자리를 굳히고 있던 터라 주위의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H투신증권에 몸을 담은 최모 변호사도 올초 법무법인 푸른으로 자리를 옮겼다. S생명 S물산 등 일류기업의 사내 변호사들도 상당수 이직을 했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내변호사 기업이탈이 확산되는 추세다. ◆ 왜 떠나나 =윤 변호사는 "최고 경영자나 간부급들이 법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의견충돌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이 법률전문가인 사내변호사 중심으로 법무를 다루지 않는데 실망했다는 것. 최 변호사도 "중요 소송은 으레 대형 로펌에 외주를 주기 때문에 사내 변호사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소속 회사 업무에 정통해지는 점은 있지만 다양한 송무경험을 못해 보는 관계로 변호사경력을 쌓는데도 사내변호사는 불리하다는 점도 떠나게 되는 이유중 하나"라고 밝혔다. 일반공채직원들로 구성된 기존 법무팀과의 업무조율이나 인화 문제도 사내변호사들이 겪는 애로점이라고 기업을 떠난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최근 S생명을 떠난 한 변호사는 "법무팀에서 수 년간 회사 법무를 맡아온 '베테랑' 직원들에겐 갑자기 등장한 사내 변호사가 곱게보일리 없고 '텃세'에 밀려나오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 회사측 반응 =기업 법무팀의 일반 직원들은 사내 변호사 이직이유로 너무 높은 기대수준을 꼽았다. "판.검사나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만큼은 아니지만 사내 변호사의 업무환경이나 대우 등에 대한 기대는 일반 샐러리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현실적으로 이같은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법무팀장은 "사내 변호사로 제대로 업무수행을 하려면 해당 회사의 업무에 상당히 정통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적응하는데 실패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특히 연수원을 마치고 곧바로 입사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법무팀장 이정숙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앞으로도 사내 변호사로 많이 진출하고 또 다른 길을 찾는 등 활발한 순환구도가 갖춰지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