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수조원대의 소송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과거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케 한 책임자에 대한 '소송 전선'을 갈수록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명단이 통보된 7개 은행(우리 평화 제일 서울 조흥 경남 광주)의 소송대상자가 1백명이 넘고 소송액은 1조원에 이른다. 예보는 공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의 부실 책임자들이 갖고 있는 기존 재산외에 이들이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재산에 대해서도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외에 농협 수협 및 한국투자신탁 광주은행 대한화재 국제화재의 부실책임자에 대한 소송도 조만간 제기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회사의 소송대상자는 회사별로 수십명에 이르며 한국투자신탁은 이번주 내에,대한화재와 국제화재는 이달 안에, 농.수협에 대해서는 내달말까지 명단을 확정해 해당 금융회사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 확대되는 소송전선 예보가 내달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한 소송 대상자를 합치면 금융계의 소송대상자는 모두 4천5백명, 소송액은 2조원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예보는 금융회사들 외에 부실 기업의 대주주와 임원, 부실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소송도 조만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의 숫자만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측은 "공적자금 회수는 물론 공적자금이 다시 조성돼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논란 빚는 소송 효율성 예보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은 금융회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예보가 아니라 부실 책임자들의 귀책사유로 인해 손해를 본 금융회사들이 소송의 주체를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보측의 주문에 따라 모두 소송을 제기하자니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고 소송진행 과정에서 현재 근무하는 임직원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변호사들과 협의해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만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 소송대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예보측의 판단은 다르다.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이나 김경우 전 평화은행장처럼 명백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된 행장들은 제외했기 때문에 명단이 통보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예보간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예보의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 고민하는 금융계 은행들은 예보가 통보한 귀책금액 그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기보다는 대상자의 현 재산에다가 향후 취득할 수 있는 재산을 더한 수준으로 실제 소송금액을 한정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검사부장은 "소송금액이 1천억원일 경우 3억5천만원의 인지대를 미리 법원에 납부해야 되는데다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소송에 이기면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승소를 장담할 수 없어 실제 손해배상 청구금액 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보는 해당은행들에 보낸 소송지침을 통해 임원은 최대 7억원, 직원은 3억원을 청구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송을 거쳐 실제 회수되는 공적자금은 미미한 액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