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경기진단은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못해도 6% 안팎'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정부는 미국의 경기추락이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은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우려했다. ◆ 한은의 낙관론 한은은 내부적으로 미국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국내 영향을 점검한 결과, 6% 정도의 성장엔 문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박 총재는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0%(연간 2% 안팎)를 기록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마이너스 성장까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며 국내 성장속도가 다소 느려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강형문 한은 부총재보는 "최악의 상황에도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5.5%)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고채 금리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연 5.2%대로 떨어진 것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하반기에는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 동력이라고 예측했는데 지금은 이 부분에서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증시 차별화 논란 박 총재는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7%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백8%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분식회계에다 적자 투성이인 미국기업들과 달리 국내기업은 올해 사상 최대 수익이 예상돼 머지않아 미국과 한국의 증시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 투자은행 딜러는 "시장에선 한은이 너무 낙관적이란 반응이고 증시 차별화 견해는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후식 대우증권 경제분석팀장은 "미국경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내 내수진작과 동아시아 무역확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내에서도 '더블딥' 가능성 정부는 미국의 실물경기가 하락할 경우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이외에는 마땅한 성장엔진이 없는 세계시장에서 미국경기 침체는 곧바로 전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영 재경부 자문관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는 여전히 취약한 구조"라며 "내수마저 위축 가능성이 있어 더블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비관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에 대비, 재정 조기집행 등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현승윤.안재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