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마무리투수 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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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과 박찬호.
마무리투수는 선발투수와 어떤 점이 달라야 할까.
하일성씨나 허구연씨의 해설이 없더라도 대부분의 관중은 양자간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알고 있다.
마무리투수가 꼭 화려한 강속구의 본격파여야 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완벽한 제구력은 필수적이다.
사이드 암 등 기교파가 결코 적지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마무리투수는 상대해야 할 타자수가 적은 만큼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힘보다는 정교함이 생명이다.
9회말 투아웃에서 포수도 잡지 못하는 폭투를 한다면 당장 2군행일 것은 당연하다.
경제정책리듬도 야구에서의 투수 역할과 통하는 점이 있다.
집권 초기와 말기가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역대 정권의 집권 초기 경제정책들은 타자(기업)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강속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5·16 직후의 부정축재자 처리,80년대 신군부의 중화학투자 조정,노태우정권의 토지공개념,김영삼정권의 금융실명제,김대중정권의 빅딜은 모두 하나같이 집권 초기에 나왔다.
개혁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힘이 있을 때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풀이도 설득력이 있다.
정부와 재계관계도 집권 초기와 말기는 대조적인 게 보통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반기업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개혁정책을 들고나오는 시기, 곧 집권 초기에는 불협화음이 나오게 마련인 반면 집권 말기에는 그렇지 않은 게 보통이다.
바로 그런 전례에 비추어 보면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정부의 주5일제 단독입법 추진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용성 상의회장의 공개서한과 즉각 반박에 나선 노동부,6대 그룹에 대한 내부거래조사에 재계가 불만을 표시하자 공정위가 '재벌 계열사 지배가 강화됐다'는 발표를 내놓는 것만으로도 그런 감이 있다.
왜 이런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을까.
지방선거에서 지는 등 힘이 빠져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된 때문인가,아니면 정치적 목적으로 재벌 길들이기에 나섰기 때문일까.
그 판단은 일단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그렇고,어느 쪽이 잘못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실체에 못지않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시각이 중요한 게 세상사다.
"사인은 비서가,주민등록은 시어머니가 옮겼다"는 답변의 파장만 봐도 그렇다.
누가 주민등록을 옮겼느냐는 실체적 진실보다는 그렇게 답변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결정적이었다고 본다면 잘못일까.
공정위는 이 시점에서 내부거래조사를 벌이려는 것이 통상적인 업무집행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오해를 살 여지는 충분하다.
기업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올해는 대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할 계획이 없다고 이남기 위원장이 분명히 했었다는 점만 되새기더라도 그렇다.
불공정거래 유형의 하나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게 내부거래지만,최근 몇년새 조사는 형식요건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었다.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정보도 없이 '이번에는 몇대 그룹'식으로 자의(恣意)적으로 대상을 정해 조사를 하는 것은 매연단속을 하기 위해 차량대수가 많은 업체를 전면조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거래조사는 계열회사간 납품관계는 물론 인력·대여금·부동산·유가증권거래 등을 모두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무조사보다도 기업부담이 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자주 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경기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느닷없는 내부거래조사에 반발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주5일제 입법도 왜 꼭 연내에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주5일제는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적 부담을 노사 어느 쪽이 얼마나 지느냐가 본질이다.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입법을 서두르려는 의도라는 등 '억측'이 구구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왜 좀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려 하지 않는지,납득하기 어렵다.
마무리투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