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4부.끝 : (10) '실패사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치자금제도 개선안의 입법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실패원인은 정치자금에 대한 논의가 정치부패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일과성으로 추진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 제도의 준비과정이 입법화 과정과 연계성이 없어 실패하는 사례도 흔하다.
국회 밖에서 마련한 정치자금관련법 개정안을 입법부가 다루면서 자의적으로 정치권에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대통령에 의해 소집되고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정치자금제도 개선 전담기구인 '정당재정위원회'가 있다.
정치자금의 규제나 제도개선을 중립적인 위원회의 제안에 맡기는 형태다.
하지만 의원들이 위원회에서 심의된 내용을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재량을 너무 많이 주었다.
1982년 칼 카르스텐스 대통령이 소집한 정당재정위원회가 이듬해 기업에 대해 조세감면을 확대하면서 정당을 지원하기 위해 징수하는 세금인 정당세를 폐지하는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당들은 정당세 폐지는 반대하면서 이를 당비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또 92년 바이체커가 소집한 위원회도 정당세의 폐지를 반대했다.
현실 정치세력이 이른바 '건포도'만 골라먹고 덜 유익한 제안들은 합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다고 제외시켰던 것이다.
일본은 88년 자민당 등 주요 정당의 간부가 대거 관련됐던 리크루트 스캔들의 파장이 심해지자 정치개혁안 마련을 위한 제8차 선거제도 심의회를 구성했다심의회가 제안한 개혁내용은 무시되다 92년 사가와 규빈 스캔들로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자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94년 제정된 정치개혁법안의 원안이 되었다.
하지만 심의회가 상설화된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에 정치자금에 관련된 제도개선 목소리가 잦아들자 흐지부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