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개선 시민위원회 설치하자 ] 정치자금제도 개선에 관한 개혁안들은 수없이 제기되었다. 정치자금 문제가 여론의 초점이 될 때마다 대안이 제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은 그동안 정치개혁의 핵심이 되는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기업 정치자금의 주총승인제 도입 지구당 폐지 선거자금 법정한도 폐지 정치자금 수입 지출의 단일계좌 사용 선거자금 기탁자 명단공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개혁안이 제시되더라도 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 영국 등에서 정치인과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운영되고 있는 정치제도개선을 위한 시민위원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 국회내에 둬야 =정치자금제도 개선안을 공론화하고 입법화하는 주체로서 시민위원회는 국회내에 두어야 한다. 정치자금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는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이유로 정치인이 배제된채 민간 전문가들만으로 주도돼선 안된다. 민간인들 만으로 논의돼 개선안이 마련되는 경우에는 정치인들이 입법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설령 정치인들이 개선안을 입법화 한다해도 민간인들의 권고안 중에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리한 부분만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민간인들이 배제되고 정치권이 주도하는 정치제도 개선안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짜깁기'하려는 경향이 있어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치적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는 정쟁의 도구를 재생산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관위나 심의회에서 논의된 개선안의 경우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정치자금 개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효율적으로 집약시키면서도 정치세력이 각종 제안을 입법화로 연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시민위원회가 초당적인 입법화기구로 국회에 설치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위원회가 초당적인 기구라고는 하지만 각 정당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각계의 전문가와 함께 정치인 자신들도 참가해 정치자금 및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인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성이 강한 인사의 참여에 대한 '거부권'을 정당에 부여해도 관계없다. ◆ 지속적 개선 필요 =시민위원회에는 민간부문의 전문가와 정치인은 물론 법안준비 작업에 능통한 관료들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실무적인 부분까지 완벽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정치자금 문제를 포함한 정치제도 개선의 논의가 일과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자금제도 개선 논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치개혁 시민위원회를 국회의 상설기구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제도의 개선이 지속적인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자금에 대한 논의는 대선이나 총선과 관련된 자금시비가 있을 때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야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는게 다반사이다. 따라서 시민위원회가 제시하는 제도개선안은 5년이나 10년 등 일정한 주기로 제시되어야 하며 제도적으로 미흡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사안을 적절히 수정하도록 해야한다. 마치 미국의 선거구 획정이 인구변동에 따라 조정되듯이 변화한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책을 꾸준히 준비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강제 이행규정 마련돼야 =시민위원회가 제시하는 개혁안은 단순히 참고의견이나 심의회의 보고서 정도로 간주돼선 안된다. 정치권이 개선안을 참고의견이나 권고안, 보고서로 간주하게 되면 이를 법률화시키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시간을 끌거나 무시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게 되면 국회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사안만을 골라서 통과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시민위원회가 제안한 개혁안을 국회가 반드시 입법화하게 하는 강제 이행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함께 개혁프로그램에 근본적인 수정이 이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개혁안의 준비단계에서부터 정치권의 이해가 반영되게 하고, 공청회를 비롯해 이를 공론화하는 등 완벽한 절차적 정통성을 확보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대표집필=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국경제신문사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