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생의 평균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학위를 받는 것을 우선 그릴수 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학부 졸업생 10명중 6~7명은 대학원(타 대학원 포함)에 진학했다. 학부를 마치고 취직하더라도 나중에 석.박사과정을 밟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들어 달라졌다. 졸업후 의대나 한의대에 재입학하거나 학부때부터 고시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메리트가 있기 때문일까. 서울 공대를 나와 연구원과 변호사가 된 두사람의 삶을 들여다 본다. [ 이정배 삼성전자 연구원 ] 이정배 연구원(35)은 80년대 물리학과와 쌍벽을 이뤘던 전자공학과(85학번)에 들어갔다. 대학시절에는 스스로 원했던 공부였던 만큼 정말 열심히 했다고 한다. 학부 졸업후에는 대학원에 진학,반도체물리를 전공해 석.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 연구원은 "당시 서울대공대 출신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교육과 기초연구를 담당하는 학자나 연구원으로서 비쳐지는게 일반적 생각이었고 주위의 기대였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학부 졸업자중 취업보다는 대학원 진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원시절 산학장학금을 지원해 줬던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7년여만인 올해초 수석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보통 수석연구원에 오르기까지 8∼9년정도가 걸리는 것에 비하면 1∼2년 앞당긴 것이다. 연봉은 보통의 수석연구원(5천만~6천만원)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도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전문 엔지니어로서 인정받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 김범희 변호사 ] 김범희 변호사(34)는 어렸을 때 과학기술자가 꿈이었다. 그래서 80년대 인기과에 속했던 기계설계학과(87학번)로 진학했다. 대학졸업 후에는 당시 평균적인 모습대로 대학원에 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시절 내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공학에 대한 소질도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신을 꾀하기 위해 병역특례 대신 군입대를 선택했다. 군생활중 "사법시험을 통해 내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굳히고 제대후 사시에 도전, 3년만에 사법시험(39회)에 합격했다. 지금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케이씨엘(KCL)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국내 톱수준의 로펌으로 그는 전공을 살려 지적재산권 분야 소송을 맡고 있다. 연봉은 로펌소속 3년차 변호사의 평균 수준인 7천만~8천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자신의 직업에 대해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년후 미국 법학대학원으로 연수를 가 미국변호사 자격증도 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