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수시로 바뀌면 소비자는 혼란을 겪게 마련이다. 한번 가입하면 수십년씩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보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1,2년새 보험료의 움직임을 보면 보험 계약자는 웬만큼 헷갈리는게 아니다. 생명보험사들은 작년 4월과 9월 보험료를 거푸 올렸다. 월 보험료가 수십만원인 종신보험은 1년새 평균 35% 가량 올랐다. 언론들은 서둘러 보험에 가입하는게 유리하다는 기사를 앞다퉈 게재했다. 당시 보험료가 인상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금리 하락으로 고객에게 내줘야 하는 금리보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지는 역마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들로선 부실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었다. 역마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 나머지 금융당국도 표준이율을 내리는 등 정책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유도한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험료 인하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가입자들의 평균 사망률이 낮아진 만큼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를 12월부터 평균 15% 가량 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연한 조치다. 값을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리 없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바가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됐다며 보험사에 극심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적지않은 고객들로부터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보험 계약자들을 더욱 헷갈리게 하는 것은 지난 1.4분기중 대형 생보사들이 무더기 순이익을 냈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중 삼성생명이 8천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대형 생보 3사는 1조3천억원 규모의 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의 순익이 작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최근들어 무배당 상품의 가격 적정성을 따져보는 등 보험료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펴면 보험사와 고객간 신뢰만 잃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생보사들이 한결같이 무배당 상품만 팔려고 하면 유배당 상품도 함께 팔 수 있도록 배당 정책을 바꾸는 등 환경을 조성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처럼 계약자에게 이익의 90%를 배당하라고 하면 보험사들은 무배당 상품을 팔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흑자를 보면 보험료를 내리라고 하고, 적자를 보면 보험료를 올려주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보험이 장기 상품인 점을 감안, 보험 정책도 항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해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 <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