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권단에 車운송사업 매각대금 3천억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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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발레니우스(WWL)-현대자동차 컨소시엄에 자동차운송사업 매각을 앞두고 채권단에 매각대금중 3천억원을 달라고 요청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7일 "현대상선이 총 13억달러(선박금융 2억달러 제외)의 매각대금중 올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와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분을 제외한 3천억원 정도를 넘겨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각대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채권단 일부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며 "현대상선에 대한 대금 제공 여부와 규모는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3천억원을 넘겨달라고 한 것은 매각대금이 모두 부채상환에 사용될 경우 장차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실탄'이 모자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나아가 매각대금이 자칫 채권단의 '빚잔치'로 전락할 경우 구조조정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요청한 3천억원은 노후선박을 신형 대형선박으로 교체하고 적정한 수준의 사내 유보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선은 이번에 연간 1천5백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캐시 카우'역할을 해내던 자동차 선단을 떼어냈다.
하지만 금융권 부채가 2조3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으로 줄어 연간 1천억원 상당의 이자비용도 동시에 줄일 수 있게 된다.
확실한 수입원이 없어진다는 점이 부담이긴 하지만 호조를 보이고 있는 LNG선 컨테이너선 등을 앞세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반기에 신용등급이 오르면 회사채 시장에서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몽헌 회장도 이번 매각으로 지난 6월에 섰던 개인보증을 일단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 상선의 구조조정을 주도함으로써 나름대로 재기의 발판도 마련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명목상의 경영복귀보다는 상선과 종합상사 택배 아산 등 계열사들의 흑자경영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