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품권을 개인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고 한다. 그간 백화점 상품권을 법인신용카드로는 구매할 수 있었다. 이제 소비자 편리를 위해 이런 제한을 없앤다는 것이다. 상품권을 개인 신용카드로도 살 수 있으니 편한 세상이 온 듯하다. 그런데 백화점에서는 줄곧 반대를 하고 있다. 상품권이 잘 팔릴텐데 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을까. 첫번째 이유는 유통질서의 문란이다. 지금 법인카드로 제한하는데도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꾸는 소위 카드깡이 크게 늘고 있다. 개인카드로 그 대상을 늘리면 상품권 유통이 사금융업자 손에 놓이게 되어 비정상적인 가격구조와 함께 상거래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소비자가 손해를 더 본다는 점이다. 사채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권 가격은 늘상 바뀐다. 그러나 소비자는 액면 10만원 상품권이 정확히 얼마짜리인지 모른다. 그래서 5% 할인해 산 상품권일지라도 그 할인가에 훨씬 못미치는 물품교환이 이뤄져도 알 수가 없다. 상품권 액면값과 실제 교환하는 물건값 차이가 커질수록 소비자는 상품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그리고 그것이 백화점에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모든 거래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시장경제가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시장질서 유지에는 거래원칙이 먼저 존중돼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잘 지켜져야 우리 사회의 모럴 헤저드를 막을 수 있다. 상품권은 물적교환을 담보로 하고 발행자 신용으로 거래되는 유가증권이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개인신용과 카드사 보증으로 발생된 구매권이다. 때문에 신용이 부실한 개인카드로 사채업자의 카드깡을 통해 상품권 가격이 할인,거래되는 사례가 있다면 백화점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당연히 고발해야 한다. 이것은 위조지폐를 제조,통용하는 행위를 정부가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상품권의 카드깡 성행은 법인 신용카드로의 구매허용과 함께 그러한 불법행위를 묵인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상거래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질서가 아직 정착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인카드로 상품권 구매를 확대하는 것은 현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사적 계약문서 교환을 이해당사자간 합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허용케 하는 것은 소비자 피해와 함께 시장경제의 정상 흐름을 왜곡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기돼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