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오는 9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이헌재 초대 금감위원장이 외환위기 직후 한국경제에 떨어진 발등의 불을 끈 이후 이용근 위원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국민의 정부 최대 성과인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제고 금융 부문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의 뿌리깊은 문제점이었던 고비용.과당경쟁 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잠재부실을 자체 흡수할 수 있는 수익성을 확보하고 대형화.겸업화 확대를 통한 계층적 구조가 이뤄진 점이 큰 성과다. 이에 따라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99년말 12.9%에서 6월말 현재 2.4%로 대폭 낮춰졌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7년말 7%에서 3월말 현재 10.8%로 상승했다. 특히 국민.주택은행의 자율합병과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대형 선도은행의 탄생을 이끌어내 시장경쟁에 의한 금융산업 재편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방치상태에 놓여있었던 부실 보험사와 종금사, 상호저축은행, 신협이 매각되거나 퇴출.흡수.합병 등을 통해 정리됐다. 이에 따라 97년말 33개에 달했던 생보사는 지금 22개로, 30개의 종금사는 3개로,231개의 상호저축은행은 117개로, 1천666개의 신협은 1천252개로 압축됐다. 이 위원장은 "향후 보험사의 구조조정은 내년 8월 도입되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대형화와 겸업화를 확산시켜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적인 금융구조조정을 촉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시장불안 제거한 기업구조조정 '대마불사'라는 신화가 사라진 점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특징이다. 이 위원장은 대우, 현대건설 등 부실 대기업 문제를 시장에 큰 충격없이 처리하면서도 64대 계열 및 여신 500억원 이상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모두 97개사를 정리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채권은행들도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시스템의 도입 이후 156개의 문제기업을 도려냈으며 83개 워크아웃 적용 기업 가운데 62개사를 정상화하거나 정리하는 등 기업구조조정을 상시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살아남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재무구조 개선과 상호지급보증 해소를 통해 97년말 무려 396%에 달했던 제조업체 부채비율을 작년말에는 182%로 획기적으로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비율이 68%에서 133%로 높아져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남은 과제 현재 기업.금융 구조조정 과제로 남은 것은 서울은행, 대한생명, 현대투신, 하이닉스 등이다. 이 위원장은 "이들에 대한 처리는 이달중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화가 대생 포기의사를 표명했지만 사실은 막후에서 예금보험공사측과 인수가격에 대한 절충 작업을 벌이고 있는 등 막바지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투신 등 현대 금융 3사 매각협상도 진전을 보이고 있고 하이닉스 처리방안도 이번주내 도이체방크가 외환은행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이달중 대체적인 가닥을 보일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한편 금감위는 이헌재 위원장과 이근영 위원장의 2단계에 걸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금융.시장 중개기능은 회복된 반면 금융 이용자와 시장규율에 의한 구조조정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국 규모의 은행이 국내에서는 3∼5개면 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한 조흥, 제일, 외환은행도 정부가 합병을 주도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근래 외국에서 `쿨(Cool) 코리아'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의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며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지만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어느정도 내놓을 수 있게 된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