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淸華)대 물리학과 사무실. 최근 이 학과 게시판에 '인텔 장학금 신청' 공고가 붙었다. 미국 인텔이 내놓은 장학금을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칭화대에는 이같은 '외자(外資)' 장학금이 70여개나 된다. 모토로라 인텔 IBM 삼성 LG 등 외국 기업들이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 및 각 단체가 만든 것을 포함하면 장학금은 1백개가 넘는다. 왜 이들 기업은 아까운 돈을 칭화대에 선뜻 내놓는 것일까. 학생들에게 기업을 홍보하고 또 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들을 미리 사원으로 확보해 두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만큼 칭화대학 학생들의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매년 3∼4월쯤 외국 투자업체 및 중국 주요 민간업체들 사이에서 칭화대 졸업생 유치 전쟁이 벌어진다. 기업들은 9월 졸업하는 학생을 뽑기 위해 취업설명회를 앞다퉈 연다. 칭화대 졸업생이라면 학과를 불문하고 채용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칭화대 졸업생들은 밀려드는 채용 추천서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청화대 학생들은 몸값이 높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다른 대학 학생보다 2∼3배 가량은 더 생각해야 합니다. 칭화대를 졸업한 뒤 해외유학을 다녀온 '해외유학파'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릅니다." LG전자 중국법인 서대홍 부장(인사 담당)의 말이다. 기업들이 칭화대 졸업생을 좋아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칭화대의 학문연구 수준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칭화대 전자계산학과의 경우 전체 수업의 절반 가량을 영어 원서로 강의한다. 교수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젊은 수재들이다. 이들에게 배운 졸업생들은 간단한 교육기간을 거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작년 7월 이 학과를 졸업한 2백여명중 취업 희망자의 80% 정도가 외국 기업에 취업한게 이를 말해 준다. 이같은 칭화대학의 면학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게 '노벨 반(班)'이다. 이 학과의 원래 명칭은 '기초과학반'이지만 외부에는 노벨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노벨반은 물리 수학 점수가 뛰어난 학생을 가려 구성됐다. '노벨상 태스크포스'인 셈이다. 선발된 학생은 중국 최고 과학자들로부터 거의 개인교습을 받는 식으로 교육받는다. 1∼2학년은 기초과학 분야를 공부한 뒤 3학년부터는 물리 또는 수학 등 한 과목을 선택,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칭화대는 이공계 출신 지도자 산실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주룽지(전기제조) 총리를 비롯해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는 후진타오(수력발전) 황쥐(전기) 우방궈(무선전자) 등이 바로 칭화대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