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잘 치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 일부 골퍼들이 주장하는 이런 속설이 적어도 미국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사실'로 입증됐다. USA투데이가 미국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최고경영자(CEO) 30명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주가가 다른 기업들보다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0개 기업의 주가는 2000년 말 이후 지난 6일 현재까지 평균 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반면 미국의 30대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23% 떨어졌으며 S&P500지수는 35%나 내려앉았다. 또 이 기간의 전반적인 하락 장세 속에서도 이들 30개 기업 중 11개 기업의 주가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골프를 잘치는 CEO들은 대부분 경쟁을 좋아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며 "이런 성향이 그들을 골프장에서 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최고'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MGIC 인베스트먼트의 CEO 커트 컬버는 "골퍼들 대부분은 겸손하고 정직하다"며 "그런 특성이 시장 여건이 불안정한 시기에도 기업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 잘 치는 CEO의 기업실적이 좋은 이유에 대해 '보스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 잘 돌아간다'는 분석도 있다. USA딜리전스의 CEO 차드 스트루어는 "성공하는 CEO들은 골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 대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놓기 때문이 기업이 잘 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편 이들 30개 기업 CEO들의 핸디캡은 모두 8 이하다.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CEO가 핸디캡 0.3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2년 전에도 핸디캡 3.3으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CEO였다. 지난 1월 루슨트테크놀로지의 CEO가 된 파트리시아 루소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골프랭킹 1백위'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30야드 정도인 루소는 핸디캡 12.4로 이 부문 92위에 랭크됐다. 지난 2000년 조사 이후 골프 기량이 가장 향상된 CEO는 록히드 마틴의 밴드 코프맨으로 핸디캡이 당시 18에서 11.7로 줄어들었다. 록히드 마틴은 이 기간에 주가가 무려 85%나 올랐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