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재·보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더욱 확고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대선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비록 선거전 막판에 터진 병풍(兵風)악재로 '완승'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국회 의결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연말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미니총선'에서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대선정국에서 다양한 카드를 구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당장 후임 총리 임명동의 단계에서부터 원내 제1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줄수 있게 됐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립내각을 담보할 총리가 지명되지 않을 경우 '제2의 장상'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반기 국회의 최대 쟁점인 공적자금 국정조사 역시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개연성이 높아졌다. 국회 재경·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해왔다. 단순히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는 선에 그칠 것같지 않은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대체할 특검제 도입의지까지 피력한 상태다. 김대중 대통령 친·인척 비리 특검과 청문회도 거대 야당의 영향권에서 비켜나갈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민주당의 이회창 후보 '5대 의혹' 공세에도 정면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사생결단식으로 파고들 태세여서 향후 4개월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점이 선거승리의 딜레마다. 대치정국이 지속될 경우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도 국정 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다수의 횡포'와 '오만'으로 비춰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8일 이 후보와 서청원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서울 강서지역의 수해현장을 둘러보는 등 민생챙기기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행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