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남 아산시 도고면 화합의 마을.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한국해비타트)가 개최한 '사랑의 집짓기'가 한창인 이 곳에선 애띤 얼굴의 여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신사까지 1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6채의 집을 짓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들 집짓는 일은 처음이지만 목재 나르랴 벽에 못질하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망치질이 서툴러 판자에 못을 박다 손을 다치는 이도 있었지만 힘든 기색은 전혀 없었다. 폭우 햇빛 등과 싸우며 톱질과 망치질을 하는 동안 어느덧 사랑의 집이 골격을 갖춰가고 있었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한국 해비타트 주관으로 대구 아산 태백 파주 등 4곳에서 열린 '번개건축 2002' 행사에는 1천2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해 집없는 이웃을 위해 54채의 집을 지었다. 특히 올해는 빙그레 씨티은행 라파즈시멘트 등 10개 기업의 임직원 2백여명이 여름휴가를 이용해 참가했다. 해비타트 운동은 자원봉사자와 기업의 후원으로 매년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행사. 씨티은행에 다니는 이권열씨(39)는 "이제 내부 단열재 공사 전문가가 다 됐다"며 "어느 여름휴가보다 보람찬 시간이 됐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내부 바닥공사를 맡았다는 손기호씨(40.라파즈시멘트)는 "내 이웃이 살 집이라는 생각에 시멘트를 바를 때도 한번 더 살펴보게 된다"며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수용 빙그레 사장, 실뱅 가르노 라파즈시멘트 사장 등 후원기업 CEO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건축설계 전문회사인 정림건축의 문진호 사장(41)은 "회사 직원들과 함께 설계 일을 맡았다"며 "직원들과 땀흘려 일하는 동안 사무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 최성락 이사는 "지난해부터 직장인들과 기업 CEO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이웃을 위해 봉사도 하고 동시에 직장상사와 동료들간의 단합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