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9일 새 국무총리서리로 언론사 사장인 장대환씨를 임명한 것은 비교적 정치적 색채가 옅은 인물을 기용해 남은 임기를 무난하게 마무리짓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50세의 젊은 인사를 전격 발탁해 내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젊은 언론사 사장을 '카드'로 꺼낸데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장상씨를 총리서리로 임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은 내각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고 오는 12월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불편했던 언론계에 대한 화해 메시지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철저한 검증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 전 총리서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투기 및 탈세여부, 재산형성 과정, 병역문제 등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항을 중점 스크린했다. 청와대는 당초 장상 총리서리를 임명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또 다시 여성을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여성총리 인선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회와 대치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직원들은 새 총리서리에 대해 '기대'와 함께 일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장 총리서리가 36세의 젊은 나이에 언론사 사장직을 맡아온 경험, 현정부 및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두루 관계가 좋다는 점 등이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반면 대부분 국무의원의 나이가 50∼60대라는 점에서 장 서리의 내각장악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간부는 "언론사 사장을 지내 경영마인드를 갖췄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참신성 만으로 임기말 복잡한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무엇보다 장 서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근.홍영식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