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지난 주에도 4천9백50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파는 등 매도세를 보였다. 이로써 올들어 5조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해 외국인 순매도의 특징은 삼성전자에 있다. 금년들어 5조원의 순매도중 약 75%인 3조7천억원이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도 지난해 12월의 60%에서 52% 수준으로 떨어졌다. 왜일까. 한국증시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 펀드매니저와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대부분 긍정적인 데도 말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된 매수세력이었던 글로벌 섹터펀드 내에서 삼성전자의 상대적 비중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미국의 '9·11테러' 직후 세계 5대 IT기업(삼성전자 인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에 각 20%씩 투자했다고 치자.이 펀드 내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다른 IT기업의 주가 부진으로 40% 수준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전망에 상관없이 비중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삼성전자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글로벌 IT기업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없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시장의 안정세는 희망적이다. 또 펀더멘털에 상관없는 외국인 매도세에 의한 국내 증시의 약세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