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재.보선으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점하게 됨에 따라 공적자금 국정조사는 사실상 카운트다운 단계에 들어갔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주장해왔고보면 과반의석을 확보한 이상 이를 강행하는 것은 형식논리상 당연한 귀결이고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안이 복잡한데다 그 파장이 경제 전반에 미칠수도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공적자금 국정조사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우려 또한 떨쳐버리기 어렵다. 우선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IMF 직후의 환란특위 비슷한 꼴로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정책당국자의 판단은 뇌물 등 범죄적 동기에 따른 배임행위가 없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IMF 직후에 취해진 예금전액 보호조치나 제일은행 헐값 매각이 결과적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공적자금 규모를 확대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측면에서 국민경제가 '비용'을 부담했을 게 명확했다고 볼때 그 판단을 지금와서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투신 등 실적배당상품까지 사실상 예금보호 대상에서 포함시킨 재무행정은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판단'의 문제로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벌이게 되면 그 초점은 결국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부당한 권력개입은 없었는지에 모아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검찰수사 과정에서 그런사례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기 때문에 특히 그럴 공산이 크다. 부당한 권력개입, 그로인한 특혜성 부실기업 정리가 있었다면 이를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실효성이고 또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엄청나게 많은 부실기업에 대해 부당대출 여부를 따지고 그 뒤처리 과정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국회 국정조사로 가능한 일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성질의 일은 기본적으로 검찰 또는 특별검사 등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 실효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특별한 사전정보도 없이 수많은 부실기업 관련사안을 한꺼번에 국정조사할 경우 빚어질 비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진행중인 구조조정 작업이나 부실기업 매각이 올스톱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공적자금 비리조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 방법론은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