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씨는 몇년전 큰 반향을 일으킨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한국인 비판"이란 책을 쓴 일본사람이다. 그는 죽기를 각오(?)했는지 정말 "쓴소리"를 많이 했다. "한국은 무법천지입니다. 늘 부정부패를 없애자면서 법을 지키려는 마음은 없으니까요. 뇌물먹다 잡히면 재수가 없어서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준법정신은 아프리카만도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라는 대목도 있다. 외국인이 비판한 한국사회의 치부에 우리 모두는 자화상을 보는 듯 몸둘 바를 몰랐다. 도발적인 표현에도 누구 한명 나서서 항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수모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당시 총리였던 김종필씨는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단체로 구입해 보도록 지시,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도록 했다. 부정부패척결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현안인 가운데 최근 개설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공무원 사이버모임인 "공무원 클럽(cafe.daum.net/publicofficials)"이 화제다. 공무원 2천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이 사이트의 고백게시판에는 그들이 받은 뇌물과 접대에 관련된 경험들이 벌써 수십건이나 올라 있다. "양주와 담배를 뇌물로 받은 뒤 사소한 문제는 눈감아 주게 됐다" "자의건 타의건 공짜는 없다.소주 한잔이 평생 올가미가 될 수 있다" "민원인과의 식사자리를 마련하지 않아 상관들로 부터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는 등 갖가지 양태가 적나라하게 쓰여 있다. 고백사이트에 대해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공무원 스스로 잘못을 고백한다는 자체가 부패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무원들은 부패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속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場)이 없었다. 몇 사람의 부패로 인해 공무원전체가 "멍석말이"당하는 억울한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의 회초리를 맞으려 종아리를 걷어 올리는 심정으로 공무원들이 "고해성사"에 나섰다는 그 용기가 반갑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