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an@suttong.co.kr 내가 아는 골퍼 중에 노란색 티 사용을 꺼리는 분이 있다. 그 티를 사용하면 슬라이스나 훅이 나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노란색이 좌회전을 의미하기 때문인가보다. 난 그런 징크스를 믿지 않는다. 아니 그런 징크스를 애써 외면하곤 한다. 그런데 요사이 내 의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 개인에 관한 징크스라면 얼마든지 외면할 수 있을텐데 공장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공장 무재해 3백34일이 되는 날이었다. 2백명이 작업하는 공장에서 3백34일의 무재해 행진은 20여년 공장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재해 1년이 되는 날 현장의 모든 직원과 조촐하게나마 자축 파티라도 열고 싶었다. "무재해 1년이 되는 날 현장 직원과 함께 조촐하게나마 자축 파티라도 합시다.어떤 파티가 좋겠습니까?" 내 제안에 대해 당연히 공장장이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무재해 같은 일들을 미리 거론하면 꼭 사고가 터진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리 거론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20여년간 공장을 지배해 온 징크스였다. 그런데 '징크스는 무슨 징크스'라고 비웃었던 내 말이 귓전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 놈의 징크스가 정확히 작동하고야 말았다. 사고였다. 공장장이 충고를 한 5일 후였다. 무사고 행진은 중단되었다. 내 몸에도 끈적이는 징크스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공장은 또 무사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물경 6백61일이라는 대기록이다. 2백명이 6백61일 동안 무사고라면 한 사람이 약 3백60년 이상의 무재해를 기록한 것과 같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01년 제조업 산업 재해율이 1.21%라고 한다. 금년 10월 하순이면 무사고 2년이 된다. 그날 전직원과 함께 조촐하게나마 자축 파티를 열고 싶다. 이 계획을 미리 알리긴 알려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그 놈의 징크스 때문이다. 미리 상의하면 이번에도 공장장은 징크스를 들먹이며 퇴박 놓을 게 분명하다. 공장장의 퇴박도 퇴박이려니와 내 몸에 끈적이는 징크스도 두렵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이 글을 한경 에세이에 게재하는 것이다. 아마 공장장도 헷갈리고 징크스라는 놈도 헷갈리겠지…. "나 미리 얘기한 거 아닐세,공장장. 푸! 하하하하!!" 그러나 빨간 티만 꽂으면 다리에 힘이 불쑥 솟아 샷 감각이 살아난다나. 과거 우리 공장의 평균 재해 건수가 연간 2∼3건임에 비하면 3백34일은 실로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실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찝찝했고 그는 의기 양양(?)했다. 즉 작년 1년동안 우리와 같은 규모의 공장에서 약 2.4건의 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1년 10개월 무사고 행진은 실로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대 식구가 참석하는 파티니 만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