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경제학회가 12일 '제10차 국제학술대회'를 연세대 알렌관(상경관)에서 개최했다.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의 핵심 주제는 '동북아 경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과 '구조조정의 성과와 과제'. 정창영 한국경제학회 회장(연세대 대외부총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경제가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학계가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전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정태 국민은행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등 정부와 재계 인사들도 초청 강연에 나섰다. 이번 학회에는 미시 거시 화폐금융 국제 환경 노동 등 분과별로 모두 8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핵심 주제의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 동북아 경제통합의 비전과 과제 (김세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무역장벽이 제거된 '대(大)시장의 확보'는 한국의 중.장기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필수요건이다. 산업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특화산업의 육성'도 확대된 시장을 전제로 한다. 현 단계에서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지역(FTA)의 설립이 가시적인 목표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역내 시장통합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시장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추구하는 단순한 실리주의적 FTA 정책보다는 유럽의 경제통합과정이 동북아에 더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유럽연합(EU) 설립 전에 '유럽경제협력기구(OEEC.1948∼62)'라는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유럽경제는 그 당시 이미 통합을 이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지만 이 기구를 통해 10여년에 걸친 신중한 '접근과정'을 거쳤다. 한.중.일 3국도 이런 점을 감안해 가칭 '동북아 경제협력이사회'를 설립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 이사회의 목표는 3국간 본격적인 경제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EU가 협력대상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1950년대 말 6개국으로 출발한 당시 EC는 단계별로 회원국을 받아들여 현재 15개국이 가입했고 2004년에는 29개국으로 확대된다. 이런 사례에 비춰 한국과 일본이 먼저 FTA협정 체결을 전제로 경제협력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사회의 설립이나 FTA의 추진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중국도 여기에 동조할 것이다. ◆ 경제위기와 구조개혁, 성과와 과제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수년간 한국경제는 급격히 회복됐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안정된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로 인한 충격을 흡수했다. 기업의 재무안정성도 개선됐고 이로 인해 한국의 신용등급도 잇달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경제위기를 가져왔던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적 문제 가운데 아직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완전히 개선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제회복이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내부적인 취약성이 '호황'이라는 외적인 요인에 가려져 은행과 기업이 더 이상의 개혁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신인도 상승도 반드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신인도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잘 예측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을 내리는 것보다 상향 조정하는데 관대한 측면도 있다. 즉 한국의 신용등급 향상은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를 전적으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은 고삐를 늦추지 말고 계속 추진돼야 한다. 또 최근 들어 자본자유화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점을 감안, 불안정한 국제 자본시장의 위험에 대한 노출정도를 줄이는 데도 중점을 둬야 한다. 외국자본의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외국인을 차별하는 법과 규제의 철폐, 세제유인 제공, 행정절차 간소화가 포함돼야 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