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국진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기업들에는 큰 위협이다. 거기에 더해 3국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연계가 강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협력을 추진했다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의존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기업이 우려하는 것은 기술을 보유한 일본기업들이 반도체와 LCD 등 주요 사업에서 한국기업에 밀려 노령화돼 가고 있지만 대만을 통한 중국 우회진출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 3국 연계 조짐 AUO CPT(중화영관) 한스타 콴타 치메이 등 대만의 주요 TFT-LCD업체들은 모두 미쓰비시 도시바 후지쓰 등 일본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다. 대만업체들은 일본 기술을 토대로 과감한 투자를 벌여 한국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대만업체들은 한국보다 한발 앞서 중국에 조립공장을 지어 진출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한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일본업체들은 대만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장비도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D램 반도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의 윈본드는 도시바로부터, 파워칩은 미쓰비시로부터 각각 기술을 도입해 사업을 시작했다. D램 업계 8위 난야의 대주주인 포모사그룹은 중국에 반도체 합작회사 GSMC를 설립했다. 대만정부가 2005년까지 8인치 웨이퍼 라인 3개에 한해 반도체업체의 중국 진출을 허용키로 해 이같은 추세는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 전자제품에서도 일본업체들이 대만과 중국에서 생산을 연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 올림푸스의 경우 메인보드 같이 일정한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부품은 대만에서 만든 후 선양 선전 등 중국내 4개 공장으로 가져가 조립하고 있다. ◆ 일본의 중국 직접 진출 일본업체들이 중국에 직접 진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저가, 노동집약적 상품의 설비 이전에서 벗어나 첨단 하이테크 제품에서 적극적 제휴를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산요는 올해초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과 제휴를 체결했다. 산요 제품을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이얼의 냉장고와 세탁기를 일본에서 판매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후지쓰는 중국의 화난(華南) 대학과 공동으로 중국의 독자적 IMT-2000 표준인 TD-SCDMA 실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쓰시타는 지난 4월 TCL홀딩스와 판매 제휴를 체결했다. TCL은 TV와 보급형 제품을 마쓰시타의 파나소닉, 내셔널 브랜드로 팔고 있으며 마쓰시타는 TCL의 보급망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첨단 기술을 중국 업체에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NEC는 중국에 반도체합작회사 화홍NEC와 서강NEC를 설립, 일본 반도체 업체중에서는 중국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히타치는 프로젝션 TV 기술을 중국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해당 업체를 물색 중에 있고 빠르면 내년초 기술을 이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도시바는 2005년까지 에어컨 컴프레서와 같은 핵심 기술을 중국업체에 제공하고 브랜드 사용도 허용할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디지털 TV의 기술을, 산요전기는 LCD와 차세대 전지 등 하이테크 분야의 기술 이전을 고려 중이다. 김성택.정지영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