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점포수를 늘리고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확장경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의 순이익 실현을 빌미로 임금인상은 물론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앞장서는 등 구조조정 의지의 퇴색을 넘어 방만경영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12일 수익성 호전을 계기로 여신심사와 사후 관리,그리고 기업구조조정 추진 등을 등한시하고 있음을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은행들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서 구조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또 그 결과 올 상반기에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나 수익성 등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뤄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연 세계 주요은행들과 겨룰수 있을 만큼 내실이 다져졌고, 어느정도 국제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가. 턱도 없는 소리다. 국제적인 은행들과 경영지표 몇가지만 비교해 보더라도 그같은 결론은 쉽게 나온다. 1인당 생산성이나 자산수익률(ROA) 등에서 현저히 뒤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이라 할 수 있는 무수익여신(NPL)비율은 씨티은행 등 세계 주요은행들이 2% 미만인 반면 우리는 3%를 훨씬 넘고 있다. 특히 점포당 순이익 규모는 국내 은행들이 세계 우량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점포를 늘리는 등 몸집불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은행부실로 이어져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3∼4년간의 고통이 허사가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서둘러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조정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물론 국내은행들의 몸집은 세계 유력은행들에 비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국내에서는 비교대상이 없을 정도의 거대은행이라 할 수 있는 국민은행도 자산기준으로 보면 고작 세계 70위 정도다. 그렇다고 점포를 늘리고 실적경쟁을 통해 해결될 일은 아니다. 금융기관 합병 대형화는 크게 보면 우리 금융산업 생존전략의 하나다. 아직도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은행 매각 건도 그런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명분이 약한 노조의 파업결의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은행들이 이익을 좀 냈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