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첫 제재] 징계수위 낮아 '솜방망이 처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감독원은 13일 UBS워버그증권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등 외국증권사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는 외국인투자자란 이름을 앞세워 국내 증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감독당국이 '메스'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던 조사분석자료의 사전유출 등 불공정 거래관행을 대수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제재강도와 관련,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날 국내외 증권사의 조사분석자료와 애널리스트의 사전유출 등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 증권업계는 물론 증시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 못믿을 외국계 증권사
금감원 조사결과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외국계 증권사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졌다.
워버그와 메릴린치증권은 △분석자료의 사전유출과 미공표 △고객의 주문정보 유출 △위법 및 선행 매매행위를 일삼아 왔다.
투자정보를 특정인에게 먼저 알려주는 방식으로 특정 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다.
워버그증권의 경우 지난 5월7일에서 10일까지 삼성전자에 대해 강력매수(Strong Buy) 의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D램 가격추이를 감안,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으며 이 사실은 특정 영업직원과 애널리스트들에게 유출되고 있었다.
사전정보를 입수한 외국인들은 5월7일부터 삼성전자 투자등급과 목표가격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가 발표된 10일까지 삼성전자를 연일 내다팔았다.
워버그가 발표한 투자의견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완전히 뒷북을 친 셈이다.
워버그는 특히 서울지점 고객의 주문 및 체결 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자체 전산시스템을 통해 홍콩에서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준법감시인 등 2명의 직원이 외국인 고객의 주문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사실도 적발됐다.
◆ 징계 실효성은 의문
금감원은 워버그증권 서울지점과 임직원 15명에 대해 문책경고와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내렸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경우 직원 6명이 정직, 감봉, 견책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외국증권사 국내지점 직원에 대해 감봉이상의 징계를 취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점포 폐쇄라는 고강도 징계를 내린데 반해 이들 증권사의 징계 수위는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심의 과정에서도 외국인투자자의 역할과 외교 마찰, 국제자본시장에서 부정적 이미지 우려 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버그와 메릴린치증권이 세계적인 증권사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중 주식거래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등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사 착수의 계기를 제공했던 삼성전자 분석보고서 파문의 주인공인 조나단 더튼은 금감원의 징계(감봉)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징계의 실효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책경고'를 받게될 서울지점장도 일본지점으로 떠난 상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 보다 실효성있는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