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버그 파문"의 여파가 국내 증권사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13일 기업분석보고서의 사전유출 사실이 드러난 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에 대해 중징계조치를 취한 금융감독원이 국내증권사로 조사범위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4일 현대 LG 대우 동양종금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다음 주에는 동원 삼성증권에도 검사요원을 파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총23개증권사를 대상으로 검사활동을 벌일 방침이다. 모건스탠리 CSFB등 국내에서 영업중인 9개 외국계 증권사도 이번 검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막아 증시의 건전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게 이번 조사의 배경이다. 문제는 현장검사에 나선 금감원이 규정준수 여부와 관련,애널리스트와 투자전략팀에 각종 자료와 조사동의서 등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 금감원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략가에게 요구하는 자료는 e메일과 전화통화 녹음기록 등을 공개하겠다는 동의서등이다. 심지어 각자의 급여를 자동이체받는 은행계좌에 대한 조사동의서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앞서 증권사들로부터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만든 조사분석자료와 관련,추천종목 추천애널리스트 추천날짜 공표일 작성시간 및 발표시간 등을 넘겨받았다. 이와 관련,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동의서에 서명은 했지만 범죄자로 취급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처럼 포괄적인 검사를 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바탕으로 검사 범위를 좁혀 정밀 조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5월 이후 작성한 자료만 1백개가 넘는데 3일이라는 짧은 시한을 주고 모든 보고서의 작성일시와 공표시간,방법 등을 제출하는 요구는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같은 반발분위기 속에는 당국의 징계조치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잡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증권업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증권사가 기관 등 특정고객에게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을 경우 일반에 공표할 때는 이 사실을 반드시 알리도록 명시했다. 이번에 이 부분을 강도 높게 점검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은 감독규정 개정 이후 1년이 넘도록 이부분에 대해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아 증권사들은 느슨하게 규정을 적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실토했다. 특히 금감원이 UBS워버그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징계를 내린 직후 벌어지는 이번 검사의 강도와 징계수위는 예전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증권검사국 정일호 상시검사1팀장은 "금감원은 증권거래법 등 관계법령에 의해 업계 종사자에 대해 업무 및 재산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e메일 은행계좌 등에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섞여있을 수 있는 만큼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법적 판단아래 개별적으로 조사동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