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국 본사와 LG의 중국 지주회사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현지 사령탑이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만리장성을 넘는 데 필요한 전략과 전술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첨병이기도 하다. 삼성이 본격적인 중국본사 체제를 갖춘 것은 지난 3월. 이형도 회장(59)이 중국본사 총괄대표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는 물론 SDI 전기 코닝 등 중국에 진출한 16개 삼성 계열사들의 중국 사업에 대한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삼성이 이 회장에게 총괄대표를 맡긴 것은 그만큼 중국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73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 부사장을 거쳐 95년부터 삼성전기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거치며 삼성전기를 종합부품업체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입사 4년 만에 그룹 비서실로 발령받아 10년간 비서실에서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의전을 담당하기도 했다. 삼성의 중국본사는 중국 전역에 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전략 및 장기비전 수립 기능을 수행한다. 그동안 각 계열사별로 이뤄진 전략수립 기능이 일원화된 것이다. 인사나 기본적인 사업전략은 각 사에 맡기되 계열사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종합관리 기능을 갖고 있다. 삼성은 휴대폰 PC PDP(벽걸이)TV 등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고급화와 차별화로 승부할 방침이다. 특히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현지 전자부문 매출을 매년 20%씩 늘려 2005년까지 '중국내 톱5 전자 메이커'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LG전자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지주회사는 지난 96년 설립됐다. 노용악 부회장(62)이 이끌고 있는 LG 중국지주회사는 전자의 중국내 10개 생산법인, 1만7천여명의 종업원을 관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인 중국 지역에서 LG전자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27억달러보다 48% 늘어난 40억달러로 잡았다. 현재 주요 LG 제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CD롬(25% 1위) 전자레인지(35% 2위) 프로젝션TV(20% 2위) 세탁기(10% 3위) 에어컨(8% 3위) 냉장고(4% 10위) 등이다. 2005년까지는 중국 내수시장의 35%를 차지하고 8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해 '중국 톱 브랜드 가전업체'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일본보다 나은 품질, 중국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원가와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서 배타가 아닌 융화를 통한 현지 기업으로 자리잡아 중국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된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지주회사는 각종 스포츠.문화 행사를 여는 한편 고소득층 및 전문직 종사자를 겨냥한 '귀족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중국 본사 빌딩인 30층짜리 'LG베이징타워' 건립공사에 들어갔다. LG는 이미 지난 93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현지기업과 합작형태로 기업을 설립하고, 노조설립을 적극 권장하는 등 중국의 사회.경제적인 환경을 중시해 왔다. 현지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중국 속의 세계기업으로의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