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기업 스캔들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진정 독립적인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엔론의 이사회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로 구성된 '훌륭한' 이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사회 멤버들을 누가 뽑느냐에 있다. 이사회는 이사 추천위원회에서 내세운 인물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추천위원회는 회사의 경영진으로 이뤄져 있다. 이사회는 주주를 대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사를 선임하는 실질적인 주체는 주주들이 아니라 경영진이라는 얘기다. 특히 추천위원회는 이사회에 공석이 생길 때마다 한명의 인사만을 추천하고 주주들은 이에 대해 투표를 할 뿐이다. 한마디로 이사선임에는 실질적으로 경선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들은 직접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다. 투표할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추천된 인사가 그대로 이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주주들이 직접 이사회 멤버를 후보로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모든 법적 재정적 수단을 동원해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한다. 회사측이 이를 위해 사용하는 경비는 결국 주주들의 돈이다. 더욱이 이사를 독자적으로 추천하는 주주들은 '반란자'로 분류된다. 이같은 기업지배구조를 감안하면 북한은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이런 식의 기업 지배구조를 주주들의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하도록 바꾸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버드대의 감독위원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위원회는 기업의 이사회와 같은 기능을 한다. 이 위원회의 멤버는 이 대학 졸업생 전원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빈 자리의 1.5배수 이상이 되는 수의 인물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규정이다. 예를 들어 5명의 자리가 비어있다면 최소한 8명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후보 추천위원회에는 감독위원회의 멤버가 한명도 들어가지 못한다. 기업의 이사 추천위원회에 경영진 자격으로 대부분의 이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과 대조된다. 하버드대 감독위원회 구성 과정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유권자 앞으로 전달되는 투표용지에는 후보들의 배경과 자질 및 포부를 담은 장문의 글이 담겨 있다. 투표 참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감독위원회는 졸업생을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감독위원회 구성방식은 기업의 이사회 구성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 요소가 있다. △선출과정에서 경영진의 입김을 배제해야 하고 △공석보다 더 많은 수의 후보들이 경선해야 하며 △어떤 주주들도 쉽게 후보를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이같은 변화로 예상되는 효과는 주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오너(소유주)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회사의 오너는 주주들이다. 특히 이사회 멤버들은 자신들의 후원자가 급여를 주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회사가 무너지면 빈털터리가 되는 주주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데이비드 게일 미 델타디비던드그룹 사장이 월스트리트저널 최신호에 기고한 'How to Create Truly Independent Board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