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軍 당국자에게 .. 趙明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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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明哲 < KIEP 연구위원 / 前 김일성大 교수 >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또 한번의 '남북 합의문'이 탄생되었다.
남북은 상호협력에 있어 군사적 안전보장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한다는 데 합의함으로써 경협이나 민간교류를 실질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남북회담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 회담의 중심을 바로잡았다는 데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양보한 사안들은 △군사적 보장조치를 위한 군 당국자 회담 △금강산댐 공동조사이며,북한이 '선물'이라고 내놓은 것은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태권도시범단 교환 방문 △남북 축구경기를 들 수 있다.
상호 양보의 선에서 이루어진 것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회담 △경협추진위 개최 △경제 시찰단 방한 △장관급회담 날짜 결정 등이다.
사실 우리측은 서해사태 발생 직후 열리는 회담임을 중시,군사적 안전보장을 위한 군 당국간 대화를 여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북측의 집요한 회피전략에 대해 설득을 거듭한 끝에 구체적 일정이 명시되지 않은 '미완성의 합의'이지만,북측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합의의 긍정적인 면은 모든 협력사업에 대해 구체적 일정을 확정함으로써 실천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남과 북의 대화와 협력은 멀리 보면 통일을 위한 것이지만,단기적으로 보면 남북이 현재 대립하고 있는 위험성을 줄이고,남과 북 각 지역에서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역사 이래 최대의 경제난으로 국민생활을 시급히 안정시켜야 할 절박한 실정이고,남한은 세계경제의 불황속에서 IMF사태와 같은 위기가 다시 오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그리고 남북대화와 협력은 솔직히 말해 각자가 상대방에게 '좀 도와달라'는 것이다.
즉 남한은 군사적 안정을,북은 경제적 지원을 서로 달라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힘은 민족애에 근거한 동포애에 있으며,이 동포애의 우월성은 '할 수 없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솔직성과 '급하게 필요한 것을 무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진정으로 민족에 대한 사랑과 솔직성이 있느냐가 전제된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대화는 이러한 감정이 결여된 채 거래의 성격이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첫째,거래를 중심으로 대화에 임하니 상대방의 요구사항이 곧 나의 카드가 되어 버리고,그 카드를 사용해 상대방이 줄 수 없는 것들을 공박하여 빼앗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북측이 이익을 보는 협력사업에는 '열정적'이면서도,그것을 얻는 형식에 있어서는 군사적 보장을 위한 군 당국간 회담이라는 카드를 활용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대화의 솔직성과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둘째,비본질적인 것이 논의의 중심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본질은 '남북 사이의 대결 의식과 이것이 가동될 수 있는 대결구조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협이나 사회 문화교류도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마음에서 추진되는 것이지,그 자체가 기본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쪽에서는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한쪽에서는 노래보따리 체육보따리를 들고 오면,그 노래와 경기가 과연 흥겨울까.
셋째,남북장관급 대화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우리는 군사적 보장 등 남북 사이의 기본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데,상대방 대표는 그것을 말할 수도, 결심할 수도 없는 대상이어서 논의자체가 어려웠다.
이제 합의사안들의 실천여부는 군사회담에 넘어갔다.
남북경협의 상징적 사업들도 결국 북한 군 당국자의 결심에 의해 실현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바라건대 북한 군 당국은 북한의 경제회생을 위한 호기를 자존심과 체면을 이유로 짓밟지 말기 바란다.
북한 김령성 단장도 언급했듯이 '잃어버린 시간'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노력을 북한 군 당국이 앞장서 보여줬으면 한다.
mjcho@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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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