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9:27
수정2006.04.02 19:29
국내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중 최저 수준인 연 5.2%대에서 맴돌면서 하루짜리 콜금리(연 4.25%)와의 격차가 1%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장기금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6% 안팎)에도 못미치고 있는데 대해 '이변'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주가가 미국 주가를 따라가듯 금리도 40년래 최저로 떨어진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을 선호하는 시중 자금이 대거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외 경기 및 채권 수급 전망, 정부의 금리정책 등에 비춰 그리 낮은 편이 아니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천수답 금리
국내 금리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꼽힌다.
이는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위든 아래든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지표)보다는 미국의 주가와 금리 등 대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미국 주가가 2% 이상 급락하면서 미 국채(10년만기) 금리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인 연 4.06%까지 떨어지자 국내 채권시장에 즉각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14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5.24%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
국내 금리와 주가간 동조화도 심화되고 있다.
금성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3개월간 주가와 금리를 보면 거의 10일 중 9일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채권시장에선 주가 움직임을 통해 향후 경기를 예측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수급도 문제다
채권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은 것도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김형기 삼성투자신탁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증시 불안으로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상당 부분 채권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반면 채권 발행은 작년보다 줄어 수급 불균형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중 채권 발행물량은 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조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14조5천억원이 발행된 예보채가 올해는 국회 동의 지연으로 전혀 발행되지 못한 데다 기업들도 수익성이 좋아져 회사채 발행을 30%나 줄였기 때문이다.
◆ 적정금리 논란
금리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이른바 '피셔 방정식' 면에서 보면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오버슈팅(장기적 추세에서 벗어나는 것)'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면 자금 수요가 늘어 금리(돈값)가 오르게 마련인데 지금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주장이다.
국내외 대다수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7%, 물가상승률은 2.5% 정도로 잡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지난해 9.11테러 때보다 더 떨어진데 반해 국내 금리는 아직 그때보다 높다"며 "이는 미국보다 양호한 한국의 경제상황이 금리에 이미 반영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