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머릿속 '아이디어 뱅크' .. '유쾌한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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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ABC방송의 '나이트 라인' 팀이 한 디자인 회사를 찾아가 독특한 제안을 내놓았다.
쇼핑센터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5일만에 아주 새롭게 디자인해 만들어 달라는 것.친근하면서도 오래된 소재인 쇼핑 카트의 사례를 통해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개선하는지의 이노베이션 과정을 직접 보여달라는 얘기였다.
주문을 받은 이 회사는 TV 카메라를 앞에 두고 즉각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팀 구성,열정적인 브레인 스토밍을 통한 아이디어 수집,목표 설정,시제품 제작 등의 전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마침내 곡선을 살린데다 6개의 바구니를 끼워넣을 수 있는 개방형 구조,어린이 의자와 컵걸이까지 갖춘 새로운 카트가 탄생했고 이 과정을 소개한 '나이트 라인'은 그 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바로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다.
지난 78년 불과 다섯명의 직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이디오는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하는 '산업디자인 대상'을 10년 연속 수상했을 만큼 이노베이션으로 유명하다.
컴퓨터 시대를 상징하는 최초의 애플 마우스와 폴라로이드 카메라,개인휴대단말기(PDA)인 팜 등이 이 회사가 만든 제품들이다.
'유쾌한 이노베이션'(톰 켈리 외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1만3천원)은 '이노베이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아이디오의 이노베이션 철학과 전략 방법 기업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디오 사람들은 '이노베이션은 눈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눈을 뜨고 주의깊게 관찰하면 숨어 있는 혁신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들은 P&G가 의뢰한 어린이용 칫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른용보다 손잡이 부분이 훨씬 굵은 칫솔을 만들었다.
관찰을 통해 어린이들이 주먹을 쥐듯이 칫솔을 잡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결과다.
관찰 결과 혁신의 가능성이 보이면 이들은 열정적인 브레인 스토밍과 신속한 시제품화(프로토타이핑)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신참 고참 가릴 것 없이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어설픈 시제품은 개선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아이디오의 또다른 특징은 이노베이션이 기업 전체의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열정적인 팀을 만들고 창의력을 중시하며 유쾌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그런 결과다.
계급과 조직보다는 가치와 실력을 우선시하며 모두가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일한다.
특히 경험이 적고 미숙한 사람도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한다.
회사의 가장 전망 좋은 공간을 직원들의 카페 자료실 회의실로 꾸민 것은 유쾌한 일터를 위한 배려다.
모든 결단과 선택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법.그러나 아이디오 사람들은 모험을 즐기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험 부담과 실패 가능성이 있더라도 미래의 비전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선한다는 것이다.
저자 톰 켈리는 '10년 앞을 내다보되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