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중국과의 마늘 분쟁 등 통상 현안 해결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황두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타고난 협상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9년 경제기획원에서 상공부로 옮긴 이후 주로 무역과 통상 협상을 담당해 '트레이드(trade) 맨'이란 별칭을 얻었다. 80년대 후반 김철수 전 상공자원부 장관,박운서 데이콤 회장 등과 함께 옛 상공부 내에서 '통상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해 미국의 전방위 통상압력을 막아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92년 상공부를 떠난 뒤에도 한국무역협회 KOTRA 등 무역·통상 관련 기관에 줄곧 몸담았다. 지난해 2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공직에 복귀한 것도 통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숙명적 인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황 본부장은 수많은 협상에 참여하면서 '통상은 신뢰'라는 좌우명을 얻었다고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한 번 불신받기 시작하면 당초 목표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다른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최근 파문을 일으킨 중국산 마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문제도 국가간 신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부 스스로 국민과의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해서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감추더라도 일단 최종 서명이 이뤄진 뒤에는 그 결과를 국민에게 상세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를 위해 앞으로는 협상이 완전 타결되면 이해 관계자 설명회 등을 통해 합의 내용을 적극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황 본부장은 한·칠레 FTA 협상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20일부터 4일간 진행되는 제5차 협상에 이어 1∼2차례 추가 협상을 벌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황 본부장은 통상 협상과 관련된 정부 부처간의 이견 표출이 자칫 '부처 이기주의'로 비춰지는 데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부처마다 서로 다른 정책적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합리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조정해나가는 건 당연하다"며 "여론의 질타가 지나칠 경우 부처들이 의견을 절충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다. 황 본부장은 현재의 통상조직과 관련해선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뜯어고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직에 알맹이가 차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점진적인 발전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 본부장은 협상의 프로답게 매일 귀가 후에도 1∼2시간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원문과 해외 경제동향을 챙기는 데 할애한다. 또 협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화젯거리를 만들기 위해 최근 포도주 공부를 시작했다. 매달 한 두 차례 해외출장을 다니는 고된 일정을 견뎌내기 위해 단전호흡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 [ 약력 ] 1941년 전북 남원생 전북대,미국 아더리틀경영대학원,서울대 환경대학원 행시 7회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상공부 무역정책과장,통상협력관,상역국장,중소기업국장 한국무역정보통신 감사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