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전력산업] '한국전력공사' : 민영화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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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다시 태어난다.
독점산업으로 인식돼 온 전력산업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쟁체제 도입은 다름아닌 민영화다.
민영화 첫 단계로 한전은 지난해 4월초 발전부문을 떼어내 한국수력원자력발전 등 6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2004년께는 배전부문을 분리할 계획이다.
배전사업까지 완전히 분리하면 한전은 송전사업만 수행하게 돼 몸집이 급격히 줄어든다.
외형상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다.
질적인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한전은 민영화라는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조직문화 업무관행 등을 과감히 벗어던질 태세다.
특히 지난 5월 강동석 사장이 취임한 이후 그 고삐를 단단히 당겨잡고 있다.
한전은 우선 경쟁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순발력 있는 조직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미 지난 7월 사내에 조직.인력 진단위원회를 구성했다.
대대적인 인력진단 및 조직개편 작업에 들어갈 신호탄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희갑 기획본부장은 "이번 조직 및 인력 진단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10년 앞을 내다보며 새로 회사를 설립한다는 각오로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존의 중앙집권적 조직 운영방식을 버리고 환경변화에 유연한 분권화된 사업부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본사가 아닌 현장중심의 사업부문간 내부경쟁을 촉진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서비스 수준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향후 추진될 2단계 전력산업 구조개편(배전부문 분리)에도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력운영 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의 기본축은 "적은 인력,큰 효율,적정한 보상"이다.
인력의 소수정예화로 효율적인 경영에 돌입하고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해줘 한전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발판을 다지자는 노력이다.
그 일환으로 무엇보다 사업영역별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고 일반 업무영역의 직원들에게 다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직원들로 키워낼 방침이다.
또 직급과 직위를 분리해 직급에 관계없이 업무 위주로 인력을 배치키로 했다.
뿐만 아니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연공서열식 인사풍토를 탈피해 성과와 능력 중심의 승진.보상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여성인력도 더많이 확보해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고객서비스 부문 등 여성이 적합한 업무영역에 여성 채용과 승격의 목표비율을 설정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문화의 경우 자발성과 창의성 및 합리성이 지배하도록 바꿔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한전은 관료주의 성향이 강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외부의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공기업 속성상 정부의존적인데다 전력사업이 독점적이어서 업무관행과 업무수행도 고압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상사 부하 동료 간의 돈독한 유대관계,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는 인간미 등 나름대로의 장점은 그대로 살려나가기로 했다.
반면 발전부문 민영화로 인해 초래될 신분불안과 직원들의 동요,노사분규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초 노사합동으로 "뉴 스타트 2002(NEW START)"운동을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다.
"START"는 빠르게(Speed),믿음으로(Trust),기업 성과를 위해(Achievement),책임을 가지고(Responsibility),모두 함께(Together)를 의미한다.
한전이 이같은 조직 인력 기업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전력산업에 닥친 경쟁의 파도를 과연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변화의 총사령탑인 강동석 사장은 "한전이 민영화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과거보다 내실있고 생존 경쟁력이 뛰어난 세계적인 우량전력회사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