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전력산업] 시장원리 도입...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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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저장이 어렵고 전송속도가 극히 빠른 전기의 특성을 감안,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모든 과정을 특정한 한 회사가 전담했다.
발전 송전 배전 등을 분리해 각각 다른 회사가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전력회사는 자연스럽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됐고 국가는 사업의 독점권을 허용하는 대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비투자와 요금 등을 규제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력산업의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이 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장원리"가 도입됐다.
다수의 경쟁자가 전력시장에 참여하게 됐으며 이로 인해 전력도 다른 일반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한국전력거래소가 문을 열면서 전력산업에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열렸다.
전기라는 독특한 상품이 거래되는 전력거래소의 모습과 운영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전기 장터",전력거래소
전력거래소는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6개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기를 사고 파는 시장으로 지난해 4월2일 문을 열었다.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주식시장이나 채권의 주인이 바뀌는 채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전력을 사고 파는 장터인 셈이다.
단 수요자와 공급자가 불특정 다수인 주식과 달리 전력거래소에서 수요자는 한전,공급자는 6개 발전 자회사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전력거래소의 역할은 크게 물리적인 전력의 흐름을 감시.조정하는 시스템운영부문과 거래소의 가격을 결정하고 정산하는 시장운영부문으로 나뉜다.
전력거래소는 주파수 및 전압 유지 등 전력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를 담당하며 시장의 감시,분쟁의 조정,시장의 운영규칙 개정관련 업무 등도 수행한다.
어떻게 운영되나
전력 거래는 6개 발전 자회사에서 공급이 가능한 전력용량을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 전날 거래소에서 입찰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한전은 이후 시간대별로 전력수요량을 감안,가격이 가장 싼 전기부터 매입하기 시작해 필요량까지만 사들이게 된다.
수요량을 초과하면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다른 발전회사에 비해 발전 단가가 높은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는 제품(전기)을 판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산조차 못하게 된다.
아직은 각 발전회사의 기종별로 생산단가가 차이 나는데다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량이 많지 않아 발전소 가동중단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전기를 생산해 보다 많이 판매하는 회사일수록 수익성이 높아지고,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회사는 장기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각 발전회사가 기를 쓰고 원가를 낮추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결정 구조 및 향후 전망
전력 거래가격은 마지막 수요량을 채우는 전기값으로 결정된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면 그만큼 더 이익이 나는 구조다.
다만 원자력 유연탄(석탄) 중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에 따라 원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원자력과 석탄화력,국내탄 발전은 기저발전 분야로서 중유 LNG발전 등 일반 발전설비와 별도로 가격이 책정된다.
한전은 전력거래소에서 구입한 전력을 자체 송전 및 배전망을 활용해 각 가정과 상가 산업체 등에 공급한다.
그러나 아직은 전력공급만 경쟁을 통해 이뤄질 뿐 송전과 판매는 여전히 독점체계로 운영돼 발전단가가 부분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소비자 전기값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한전의 배전.판매부문까지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전기 가격과 품질에 따라 소비자 스스로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