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상중 왕된대." "조금 전에 왕비랑 같이 올라갔어." 지난 16일 안개가 자욱하게 낀 문경새재.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작은 빗방울들이 흩뿌리던 용사골 계곡 주위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광종의 즉위식에 이은 연회식을 촬영하던 이날 KBS 1TV 대하드라마 '제국의 아침' 오픈세트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스태프들의 고함소리와 까치 울음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배우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큐사인이 떨어지자 풍악이 울려퍼진다. 연꽃을 든 무희들의 춤.문무백관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광종(김상중)의 표정은 앞으로 일어날 피의 숙청을 예고하듯 사뭇 진지하다. '제국의 아침'의 '광종 즉위식'은 고려가 강력한 중앙집권제로 넘어가는 시발점이라는 데서 역사적으로나 드라마 스토리 상으로도 중요한 장면이다. '제국의 아침' 제작진은 화려한 즉위식을 재연하기 위해 고증을 거쳐 세트와 의상을 마련했다. 연기자와 엑스트라를 포함해 수백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이 장면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2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했다. 광종이 입고 치장한 옷과 장신구 값만도 4백만원에 이른다. 광종 역의 김상중은 그동안 황제의 동생으로 정치적 야심을 마음속에만 숨겨뒀다가 형인 정종(최재성)이 죽자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는 "팔만 벌리고 있으면 옷을 입혀주니 진짜 왕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게 실제 상황이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왕비가 된 대목황후 전혜진은 "도포만 4개에다가 가발,치렁치렁 달린 귀고리,목걸이 때문에 몸이 너무 무겁다"면서도 "옷을 이렇게 차려입으니 정말 왕비가 된 것 같아 행동거지가 틀려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광종 즉위식 장면은 오는 24일 방송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