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장욱씨가 시집 '내 잠속의 모래산'(민음사,5천5백원)을 펴냈다. 지난 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온 시인이 처음으로 낸 시집이다. 별도의 제목 없이 3개 부문으로 나누어진 '내 잠속의…'는 각 부문의 시들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밤새도록 점멸하는 가로등 곁,고도 6.5미터의 허공에서 잠시 生長을 멈추고 까우뚱히 생각에 잠긴 나무… 텃새 한 마리가 상한선을 긋고 지나간 새벽 거리에서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중) 그의 시에는 마치 꿈길을 걷는 듯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시인은 몽상적 행위를 느림과 반복이라는 어법에 실어 시를 쓴다. 그렇게 씌어진 시는 현실과 꿈의 경계지점이나 의식과 무의식의 접점을 인화한 희미한 풍경처럼 허허로운 느낌을 준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런 순간이 있다. 부엌에는 담담한 벽시계.정오의 숲을 횡단하는 맹목적인 구름의 한때.'('로코코식 실내' 중) 이장욱 시의 또 하나 특징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미지 묘사를 통해 '뜨내기 세상의 아름다움과 참혹함을,그 덧없음과 살만함을' 드러내 보이는 데 있다. 익숙한 서정,익숙한 어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인은 때로 관습 너머 산문의 영역이라 불리는 곳까지 자신의 시를 과감히 밀고나간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씨는 "놀라운 점은 '그의 시가 여전히 시적 위의와 감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관습의 파격을 의도한 시가 자주 시적 공감마저 파괴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절실함을 준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