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종이라면 목이 가장 중요하다. 장소에서 우위를 갖는 것이다. 요즘에는 여기다 시간도 빠뜨릴 수 없다. 새벽에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많은 지역에 있는 식당이 아침 9시에 문을 연다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 고객들의 개성과 스타일도 주목 대상이다. 돈으로 남과 차별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할인매장보다는 명품 수입업이 훨씬 좋은 기회를 줄 것이다. 그렇다면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시간대를 잘 맞추며 고객의 선호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업이라면 성공이 보장되는가. 이 정도면 다른 업체와 비교할 때 갖춘 조건이 좀 더 나은 비교우위를 확보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새로운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쟁'이다. 최고의 길목에 점포를 냈는데 바로 옆에 더 큰 업체가 들어앉으면 어떻게 될까. 새벽 6시에 문을 여는 식당도 24시간 영업점에 비해선 늦게 영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명품도 두세배 더 비싼 새 명품 앞에선 금방 중저가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그래서 경쟁자를 따돌리는 방법이 필요하다. 경쟁자를 제압할 수 있는 실력 내지 기술 등 뭔가 조금이라도 나은 특기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회사의 이런 핵심역량을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고 부른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지금의 위치에 안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모두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짐이 기업들에 주어져 있는 것이다. 나라라고 다를 것 없다. 1980년대까지 우리의 경쟁우위는 저임금이었다. 90년대만해도 '굴뚝산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은 이미 후발국에 잃었다. 90년대말 반짝 꽃폈던 벤처창업열풍도 시들해졌다. 그나마 '많이 일하는 것'이 남아있는 경쟁우위다. 우리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제조업이 약 50시간,비제조업의 경우 47시간 정도에 달한다. 선진국 중 일벌레라는 영국이 주 43시간(97년 기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다른 나라들이 겁내지 않을 수 없는 한국만의 경쟁우위인 셈이다. 주5일근무제는 자칫 이런 경쟁우위를 '서둘러' 포기하는 자충수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범'케이스로 시작한 금융부문을 보자. 인터넷과 전화 현금지급기 등이 대신한다지만 그런 기계류를 믿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토요일에도 급전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 수요도 분명히 있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기회는 경쟁자의 몫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내걸고 있지만 토요일에 근무를 하고 있다. HSBC은행도 대출상담은 그대로 하고 있다. 앞으로 휴일에 직접 가정을 방문해 대출상담도 해주고,공과금도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외국 기관도 나올지 모른다. 정부가 외양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비교우위에 집착하는 사이,기업들은 경쟁우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