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승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제84회 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올시즌 최대의 이변을 연출한 리치 빔(32.미국)은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부를 만하다.


한때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전자제품 판매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위기에서 재기해 골퍼로서 최고 영광인 메이저대회 우승컵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뉴멕시코주립대학을 졸업하고 94년 프로에 뛰어든 빔은 이듬해 골퍼로서 자질이없다고 판단, 시애틀에서 휴대 전화와 카스테레오 세일즈맨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골프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 힘들었던 그는 텍사스주 엘파소골프장에서티칭 프로로 변신했고 98년 그곳에서 열린 뷰익클래식에서 고향 동료인 J.P. 헤이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빔은 퀄리파잉스쿨을 8위로 통과해 99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해 12번째 출전한 켐퍼오픈에서 감격의 첫승을 거머쥐고 성공적인 재기의 싹을 틔웠다.


그해 신인상후보로도 지명됐던 그는 지난해 '톱10' 진입 2차례에 머물렀으나 올들어 제뉴이티챔피언십 4위, 켐퍼오픈 2위에 이어 최근 디 인터내셔널에서 통산 두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상금 15위에 오르는 등 대도약을 예고했다.


빔은 예전 일을 회상하며 "사실 그때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매일 노동을 하면서주말에 취미로 골프를 치고 싶었다. 그러나 무엇인지 모를 힘이 나를 프로 골퍼로되돌려 놓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빔은 역경을 극복한 주인공답게 강철같은 의지와 담력을 과시했다.


매 라운드 그를 괴롭힌 복통을 참아내며 기복없는 샷을 과시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타이거 우즈의 거센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우승컵을 거머쥔 것.


173㎝, 69㎏으로 서양인으로서는 비교적 작은 체구인 빔은 집중력이 좋아 퍼트가 뛰어나지만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0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출생해 현재는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아내 사라와함께 살고 있으며 음악감상과 스키가 취미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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