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an@suttong.co.kr 일본에 1백엔 숍이 있다. 점포에 진열된 상품 모두가 1백엔 균일가다. 전후 최대의 불황기라 일컫는 평성(平成·일본왕의 연호) 불황기에 가장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바로 1백엔 숍이다. 1백엔 숍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다이소'라는 회사가 있다. 1일 1점포 꼴로 점포를 개설하고 월 7백점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경이로운 회사다. 이 회사를 설립한 분은 사업 실패로 야반도주까지 했던 58세의 야노 히로타케씨다. 지난 5월 히로시마의 고즈넉한 프랑스 식당에서 이 분을 만났다. 포도주에 사케와 소주를 섞어가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상품수가 무려 6만점,월 7백점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전략일까. '80/20' 법칙에 의하면 이윤의 80%가 주 품목 20%에서 발생한다던데,즉 취급 상품 수를 1만2천점으로 대폭 줄이면 재고가 대폭 감축될테고,당연히 현금 흐름과 물류 비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될텐데…. 점포는 인기 상품을 충분히 진열할 수 있으니 품절이 방지되고 자동적으로 판매 기회 로스가 줄고,그것이 바로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고…. 취기였을까. 난 그에게 마구 요령을 흔들어 댔다. "맞는 말씀이지요.많은 회사들이 다 그렇게 경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다이소는 다릅니다.우리는 '고객에게 식상하지 않는 점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1백엔 숍에 이런 상품이 있다니…'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는 점포 말입니다." 요령을 흔들던 난 머쓱했다. 전혀 다른 방식의 경영이었다. 남보다 한수 위의 전략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1천3백명의 일본 여성이 뽑은 고객 만족도 1백24개사 중 도쿄 디즈니랜드에 이어 2년간 연속 2위에 랭크됐기 때문이다. 1백엔짜리 싸구려(?) 상품으로 이룬 결과였기에 더욱 놀랍다. 모두가 요령 소리에 몽롱해 있다. 야릇한 신기가 배어 있는 걸까. 그는 과연 한수 위란 말인가. 아니면 단지 다를 뿐인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옛날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모노 레일(Mono Rail)이 아니라 폴리 레일(Poly Rail)로 이뤄졌다"는 말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