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K씨는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미술품 컬렉터다. 파리 유학시절인 1980년대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소장품이 1백50여점에 이른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컬렉션이 '실패작'이라며 후회하고 있다. 좋아서 그림을 모으긴 했지만 소장품의 현 시세가 살 때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한 유명 작가의 작품을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했지만 요즘 거래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값이 하락한 소장품은 대부분 국내 작가의 작품들이다. 컬렉션 실패에 따른 허탈감,작품 구입을 권유한 화랑에 대한 배신감이 들기도 했지만 명색이 스스로 '미술전문가'이다 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산에 사는 O씨는 위작을 구입해 낭패를 본 케이스다. O씨는 20대 초반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져 35년동안 그림을 모은 베테랑 컬렉터다. 그는 80년대 말부터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한점 두점 모았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천경자 그림은 10여점이지만 이중에는 위작도 있다. 천경자는 거래되는 그림의 절반이 가짜일 정도로 위작이 많이 나도는 작가다. 위작을 수천만원을 주고 샀으니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컬렉션을 잘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다. 컬렉터 중에는 컬렉션에 실패해 후회하는 이들이 사실 의외로 많다. 요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컬렉션 실패는 투자 실패로 이어진다. 나중에는 좋아서 모은 미술품이 쳐다보기도 싫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요즘 미술품 구입 여건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우선 믿을 수 있는 화랑들이 늘어났다. 화랑이 위작을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나중에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대부분 변상해 준다. 더 확실한 방법은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경매에 나오는 미술품은 값이 비싼 인기 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지만 종종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도 출품된다. 위작을 샀던 O씨의 경우엔 천경자 그림값이 IMF사태 이후 3∼4배 가량 뛰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테랑 컬렉터이면서도 위작을 샀다는 '전과'는 아직도 따라다닌다며 씁쓸해하고 있다.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