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포항공대의 신임 교수 채용에서 동시에 합격한다면 10명중 9명은 서울대 공대로 갈 것."(포항공대 L교수) "신입생의 성적이나 선호도 등을 볼때 포항공대가 서울대보다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포항공대 출신 장영태 뉴욕대 교수) "서울공대가 포항공대 규모의 인원에 포스코와 같은 후원자가 있었다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이 됐을 것."(서울공대 K교수) 포항공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처럼 신통치 않다. 국내 최고로 전혀 손색이 없는 포항공대의 각종 지표가 무색할 따름이다. 포항공대의 지난해 교수 1인당 학생수는 5.7명(학부생 기준). 서울공대의 21.6명에 비해 훨씬 적다. 대학원생 1인당 연간 장학금(석사기준)도 7백8만원으로 서울공대에 비해 훨씬 높다. 서울공대의 한학기 1인당 장학금은 78만원에 불과하다. 포항공대는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소수정예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외형적으론 급성장했다. 그러나 경쟁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3위 자리를 놓고 연세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포항공대의 빛이 왜 이처럼 바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포스코 울타리가 포항공대의 변신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 포스코 울타리 속 안주 =포스코를 빼놓고는 포항공대가 존재할 수 없다. 포스코에 대한 연구비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지난해 포항공대의 연구비는 7백30억원. 이 가운데 포스코 관련 연구비는 2백71억원으로 전체의 37.1%에 이른다. 2000년에는 연구비 6백85억원의 40.7%인 2백62억원을 포스코로부터 받았다. 연구비의 포스코 의존도는 지난 97년 14.2%에서 98년 20.6%, 99년 25%로 상승해 왔다. 이는 포스코의 지원이 끊길 경우 포항공대 연구의 절반 가량이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의 민영화 등으로 모자(母子) 관계에 의해 지원돼온 연구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 위기감이 감돈다 =나노기술(NT) 개발을 위한 나노종합 팹(Fab)센터 유치에 나섰다가 접근성이 나쁘다는 이유 등으로 좌절됐다. KAIST는 물론 성균관대 컨소시엄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지난 86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총장 공백 상태를 맞고 있다. 정성기 총장이 지난 18일 물러났는데도 재단이사회(이사장 유상부 포스코 회장)가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 교수들 연구할 시간이 없다 =포항공대는 교수들의 연구활동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사립대학과는 딴 판이다. 지난해 포항공대 전체수입 1천4백85억원의 48.8%인 7백24억원이 연구기부금이다. 지난 99년만 해도 전체 수입에서 연구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8.3%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교수 1인당 연구비가 2년만에 44%나 급증한데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교수들이 강의와 논문 작성, 기존 연구과제 수행 외에 신규 프로젝트 유치까지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 메리트가 사라진다 =포항공대는 일반종합대학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아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 요즘 들어서는 포항공대가 그간 '금과옥조'로 삼아온 소수정예주의까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항공대는 제1차 장기발전계획에서 대학원생을 4백64명에서 2010년에 9백8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95년에 1천55명에 이른 데 이어 2000년에는 1천4백28명을 기록했다. 연구처의 한 직원은 "당장 연구인력이 모자라 계획보다 많이 뽑은 측면이 있다"며 "고급두뇌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STRONG KOREA 토론방 주소 : www.hankyung.com/strong/bo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