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거꾸로 가는 회계기준..李定祚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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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요즘 '회계 투명성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투명성만큼은 자신했던 미국조차 '개혁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회계정보는 이제 기업이 집중 관리해야 할 핵심 리스크로 등장한 것이다.
'신뢰'는 투명성에서 출발한다.
기업 투명성은 충분한 회계정보가 뒷받침한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분기별로 공인회계감사를 받거나,기업설명회(IR)를 통해 회사내용을 공개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한다.
시장은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그저 믿어달라'는 식으로는 안된다.
회계정보의 유용성은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무자료가 신뢰성 있는지와 얼마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기업회계기준서 공개초안'을 보면 시대흐름과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든다.
채권자나 투자가들이 재무정보의 중요 이해관계자인데도 이들의 의견수렴 없이 기존 회계기준을 '현실'보다는 '책상 위'에서 변경함으로써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첫째,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변화가 없는데도 수시로 바꿔 비교분석을 어렵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용자는 충분한 정보와 함께 비교 가능한 정보가 필요하다.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소한만 수정 보완하고,'주석내용'을 충실하게 함으로써 의사결정능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회계정보 공개초안은 회계정보의 변동상황을 추적해 평가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고자산이나 설비자산을 통합 표시하고,주석내용도 필요한 경우에만 기재케 함으로써 각 계정과목의 자세한 변동내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분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고자산의 표시방법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셋째,이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인 손익정보의 공개를 크게 축소하고 있다.
상충되는 문제점이 없는데도 국제회계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매출원가의 계산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판매비와 관리비도 일괄 보고케 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손익을 상계 표시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정보부족으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제조원가명세서를 필수 공시사항에서 제외한 것은 말이 안된다.
분식회계 방지나 투명성 확보보다 비밀 유지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넷째,왜곡되어 있는 현금흐름정보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을 분석하는 데는 영업활동과 관련된 회계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현행 현금흐름표는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에 속하지 않은 모든 거래를 영업활동으로 표시하고 있어 정확한 실질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영업활동상 현금흐름의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회계기준 공개초안'은 현금흐름 정보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 내부 또는 외부의 회계정보 이용자에게 아주 유용한 '직접법'과 '간접법' 현금흐름표의 병행 작성이나 비현금거래의 주석기재는 의무화하지 않으면서,영업활동과는 관계없는 유가증권매매 같은 단기매매거래를 영업활동으로 표시케 하고 있다.
결국 '기업회계기준서 공개초안'은 이용자를 무시한 '작성자 위주 작품'이다.
금융감독원의 '공시범위 확대'방향이나 '시장의 투명성 요구'와도 배치된다.
이 결과 향후 회계투명성 관련 문제가 크게 늘 것이다.
'기업회계기준'은 다양한 정보이용자들이 각자 목적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충분한 재무정보는 외부 이용자 뿐만 아니라 작성하는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 기업 내외를 불문하고 기업분석은 관리회계적 접근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발가벗은 실체'를 보여주어야 한다.
외부 회계정보 이용자들도 자신에게 중요한 일인 만큼 침묵하다 나중에 불평하지 말고,회계정보의 신뢰성과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용성 높은 회계정보는 이용자들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자산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hy21c@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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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