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펭귄이다. 리눅스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마니아들이 '장난삼아' 이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OS)여서 익살스런 동물을 표상으로 삼았던 게 아닌가 한다. 리눅스는 핀란드 대학생인 리눅스 토발즈에 의해 선을 보인지 10년 간 세계 컴퓨터산업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OS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리눅스가 각광받았지만,컴퓨터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했다. 리눅스의 잔치인 '리눅스 월드'도 이같은 현실을 반영,자유롭고 재미있게 꾸며져 왔다. 리눅스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얘기를 주고받는 자리였다. 그런 리눅스 월드가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리눅스 월드 2002'는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비즈니스맨들이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마니아'를 몰아내고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그 이유는 비즈니스맨들의 사냥감,즉 돈벌이 기회가 있어서다.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잇따라 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 이용자는 10년 전 1천여명에서 지금은 2천여만명으로 대폭 늘었고,대기업은 대부분의 네트워크에 리눅스를 활용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ADH 브라운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업무용 시스템에 리눅스를 도입한 기업은 세븐일레븐 도이치텔레콤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회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미국 국방부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를 비롯 프랑스 중국 등의 정부 기관도 리눅스를 이용하고 있다. 리눅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용절감.IBM은 사내 e메일 시스템을 리눅스 서버로 교체한 후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을 절약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아마존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리눅스로 바꿔 연간 수백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리눅스 혁명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보산업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리눅스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한국에서는 잊혀져가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