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관리위원회가 서울은행 매각 우선협상자로 하나은행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본다. 매각가격도 그렇지만 은행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당면 과제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 투자회사인 론스타가 갑작스런 수정제안을 내는 등 하나은행 선정까지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다. 여기에는 공자위측의 미숙한 일처리 탓도 있었다고 보지만 일단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이상 앞으로의 인수작업은 속도감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자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가격면에서도 론스타에 비해 유리한 인수조건을 제안했다고 한다. 론스타가 9천억원의 현금과 장차 발생가능한 이익의 50%(약 1천5백억원 추정)를 인수가로 추가 제안했던 것에 비해 하나은행은 모두 1조1천억원어치의 합병은행 주식을 지급하되 향후 1년6개월 동안은 언제라도 매각자측의 요구에 따라 이 가액의 현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이라면 론스타에 비해 가격도 높고 또 현재시점에서 매각가액의 하한선이 확정된다는 면에서 더욱 유리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가격이 유일한 잣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은행이 제안한 서울은행과의 합병 방안은 서울은행의 활로이면서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에 주는 긍정적인 충격이라는 면에서 더욱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서울은행을 매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매개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국내 3위의 '하나+서울'은행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제안이었음도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두 은행의 합병을 제안한 하나은행의 전략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울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거론할 정도로 반발하는 것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나 공자위가 한나라당 등이 요구하는 공자금 국정감사 등을 과도하게 의식할 경우 서울은행 매각문제가 의외로 지루한 협상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국은 어떤 일이건 시기의 중요성도 크다는 점을 잊지 말고 본계약까지의 일정을 관리해가야 할 것이다. 국내 다른 은행들도 '하나+서울'은행의 등장이 초래할 금융시장의 변화를 직시하길 바란다. 국내 금융산업이 과도한 난립상태에 있다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경쟁이 가능한 규모의 은행이 세개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말까지 나와있는 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은행산업에 나타날 변화에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