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줄 알았지만 언젠가는 형님과 조카들을 꼭 만나게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지난 18일 어선을 타고 서해를 통해 탈북,귀순한 순종식씨(69)의 남한 동생 봉식씨(55.대전시 중구 선화동)는 "처음 소식을 접하고 기쁨에 앞서 너무 놀랐었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순씨는 이어 "1995년 서신을 통해 형님과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후 2000년 12월15일 중국 단둥시 부근의 동항에서 3일간 형님과 장조카 용범을 직접 만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8년 10월께 중국 옌볜 중매인의 주선을 통해 압록강변에서 형님을 먼발치로 확인하기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순씨는 "형님을 만날 당시 조카인 용범은 자식들 교육을 위해서도 한국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강력히 피력했다"며 "하지만 혼자 탈북할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고생할 것이라며 내려 오려면 함께 와라"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또 "남한으로 오는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남한에서의 생활대책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한 뒤 헤어졌다"고 밝혔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순씨는 1년여간 소식이 뚝 끊겼었고 동반 탈북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순씨 가족이 생이별을 해야 했던 것은 6.25 한국전쟁 당시 18살이던 형님 종식씨가 북한 의용군에 끌려가면서 부터였다. 이에 따라 순씨 가족은 형님이 전쟁통에 숨졌을 것으로 보고 그저 가슴 속에 깊이 묻어 두고 살아왔으나 지난 95년 한 경찰서를 통해 형님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이 담긴 서신을 접하고 만남의 실낱같은 희망을 키워 왔다고 한다. 특히 모친 이영순씨가 4년 전에 작고해 너무 아쉽지만 살아 생전에 종식씨의 생존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순씨는 "생각지 못한 일이 갑자기 생겨 너무 당황스럽지만 기쁨을 감출 수 없다"며 "일단 가족들과 상의한 뒤 형님과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고향(논산시 부적면)으로 모시는 방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순씨의 가족은 부친 순완영,모친 이영순씨(이상 작고) 사이에 순종식씨와 남한에 동식(61.충남 홍성) 동례(57.여.대전시 대흥동) 봉식 대식씨(52.인천시 검단동)가 생존해 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