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가장 애용하는 조세피난처는 말레이시아 동부 '라부안'이라는 섬이다. 지난 90년 조세회피 지역으로 지정된 이 섬은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섬 북쪽의 사라와크주에 위치해 있다. 이 섬에는 두 개의 건물로 구성된 '파이낸셜 파크'라는 빌딩이 있다. 이 건물의 사무실은 대부분 조세회피 목적으로 세워진 '페이퍼 컴퍼니'들로 채워져 있다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라부안의 소득중 상당 부분이 페이퍼컴퍼니의 등록세에서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라부안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것은 99년 서울증권을 인수한 조지 소로스의 'QEL' 펀드 본사가 이곳에 있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국세청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은행에 신고된 78개 역외펀드 가운데 34개가 라부안에 세워져 있다. 국내 기업들이 라부안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직접 가지 않고도 팩스 하나만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울 수 있을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한국어로 통역서비스까지 제공할 정도라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