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소화력을 시험받고 있다.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단단한 하방경직성을 바탕으로 박스권이 상향 조정됐지만 ‘기다리는 매물벽’을 단숨에 뚫고 올라갈 만큼 ‘식욕’이 왕성한 것은 아니다. 뉴욕과 서울증시가 단기 급등에 따라 저항선에 다다른 가운데 추세전환이라고 느낄만한 강력한 모멘텀이나 투자주체의 연속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당분간 기술적 등락을 거듭하며 점진적인 고점 높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의 추세전환을 가늠할 수 있는 뉴욕증시의 안정, 반도체 가격 동향, 환율 움직임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반등국면의 연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증권 등 탄력적인 종목 위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 박스권 공방 = 증시가 본격적인 매물대 진입을 앞두고 체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매물대 밀집구간의 하단부인 종합주가지수 730선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으로 매물소화과정이 필요하던 차에 조정 과정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705부근에 위치한 2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얘기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가 단기 급등으로 저항선에 도달한 상황에서 730선 위에서의 대기 매물이 많아 탄력이 둔화됐다”며 “20일선이 지지될 경우 반등세의 연장선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시는 20일선과 60일선이 걸쳐있는 766사이의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뉴욕증시가 별다른 경제지표나 이벤트 없이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가능성이 높다. 또 외국인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고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등 매수주체의 연속성이 결여돼 있다. 증시반등에도 불구하고 고객예탁금 증가나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도 여의치 않다. 기술적으로는 5일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클로스가 발생한 점이 우호적이지만 20일선이 하락하고 있어 ‘매수신호’로 받아들이기는 부담스럽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20일선이나 700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모멘텀이 없어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계단식 상승으로 박스권 상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반도체 모멘텀 주목 = 이런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가 꿈틀거리며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추세전환을 위한 단기 모멘텀으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 강세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서 시작돼 반도체 현물가격의 상승과 고정거래가격 인상 움직임, 그리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강세, 하이닉스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 등으로 얽혀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수가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취득을 시작한 지난 6일 이래 이미 약속한 분량의 40% 이상을 사들였다. 이 같은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19일에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수가 없었음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420억원 가량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종가인 32만5,500원에 매수신청을 한뒤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다. 또 지난주 중반을 기점으로 DDR D램 가격을 중심으로 현물가격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는 지난달 이후 세 번째로 DDR의 고정거래가격 인상을 추진중이다. 동양증권은 업종 점검 자료를 통해 D램 가격이 △ 9월초 CPU 가격 인하 예상, △ 4/4분기 PC판매의 계절적 효과, △ D램 재고수준의 안정 등으로 9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D램 업종에 관심을 제고할 것을 권고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인텔의 CPU가격 인하 등으로 D램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PC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징후가 보이지 않아 계절적 요인에 따른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